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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 농업을 기후변화에 맞게 적응시키기

 

눈앞에 다가온 가까운 미래에 극적으로 기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야생 식물들은 작물을 보다 강하고 다양한 용도를 갖도록 육종에 필요한 중요한 특성들을 갖고 있다. 사실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모든 작물들이 야생종으로부터 개발됐으며 농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현재의 작물은 과거의 기후에 가장 잘 맞게 적응된 것이다. 기후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작물을 이용하는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미래의 기후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는 작물의 친척들을 찾아 야생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야생 친척 식물에서 현대 작물이 새롭고, 보다 혹독하고 보다 벅찬 상황에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특성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로 1970년대 벼가 개화하지 못해 낟알을 생산하지 못하는 벼 생육저해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 벼 수확량은 10%나 감소됐다. 국제벼연구소 과학자들은 1만 점 이상의 야생 벼에서 이 바이러스에 저항성을 가진 유전자원을 찾았는데, 그것은 바로 인도에서 자라는 야생벼인 오리자 니바라(Oryza nivara)였다. 이 발견으로 대부분의 벼 신품종에는 이 유전자가 도입됐다. 이러한 사례는 인간의 생존을 위해 생물다양성과 유전자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UN 산하 지구작물다양성트러스트는 식물 육종가들이 과거 작물의 야생 친척에서 많은 특성을 가져왔지만 야생 친척 식물들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거나 보존한 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식물 육종가들과 농민들에게 쓸모 있는 특성들이 많이 묻혀지고 기후 변화와 급속한 서식처 소실로 영원히 사라질 수밖에 없는 위험에 놓여 있다. 영국의 왕립식물원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식물의 5분의 1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며 향후 10년 사이에 농업은 훨씬 더 강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작물의 수확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은 개발도상국가들에게는 특히 위협적이다. 지금도 만성적인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남부 아프리카의 주요 식량 작물인 옥수수는 단 20년 만에 최대 30%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작물 품종이 그냥 쉽게 나올 것이라는 나태한 선입견을 버리고 이 보물이 영원히 사라지기 전에 야생 식물 다양성을 수집해 작물 육종 파이프라인에 넣어야 한다. 이 경주는 농업을 기후 변화에 적응시키는 것과 생물다양성이 사라지기 전에 수집해야 하는 이중의 시간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야생에서 소실되는 규모는 보통 시급한 것이 아니며, 대개 새로운 작물을 육종하는데 평균 7~10년이 걸리므로 기후 변화가 시작된 이후에야 시작한다면 그 때는 이미 늦어버린다. 작물의 야생 친척들에서 특히 기후 변화로 생산량이 10~3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발도상국에서 필요한 특성에 표적을 둘 필요가 있다. 작물의 야생 친척 식물들은 작물화된 식물보다 훨씬 더 다양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다.

수집은 단지 첫 번째 단계일 뿐이다. 이는 단순히 수집해 보존하는 것뿐 아니라 이 다양성을 이용해 혜택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야생 식물들은 작물 육종 프로그램에 곧바로 이용할 수는 없다. 야생식물에는 작물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는 많은 특성들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집된 종자는 기존의 육종계통과 교배하는 이른바 ‘사전육종(pre-breeding)’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관심있는 특성이 작물화된 식물에 효과적으로 도입될 수 있는지 여부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어떤 기후에도 적응할 수 있는 식량 작물을 개발하는 전례없는 자원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벼는 개화기의 민감한 기간 중에 온도가 1도만 올라가도 수확량이 10%나 감소될 수 있다. 대부분의 다수확 벼 품종들은 뜨거운 낮에 꽃이 피는데 어떤 야생벼는 밤에 꽃이 핀다. 기후변화가 일어나 온도가 몇도만 올라가도 벼 수확량은 30~40%나 감소될 수 있지만 만약 밤에 꽃을 피우는 특성을 야생벼에서 재배벼로 옮길 수만 있다면 수백만 톤의 쌀을 더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수인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기능성물질개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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