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Golf)는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됐다. 양치는 목동들이 심심풀이로 막대기를 이용해 돌을 쳐서 구멍에 넣던 것이 발전했다는 것이 유력설이다.
이미 16세기 스코틀랜드에서는 골프치느라 군사훈련을 멀리한다는 이유로 의회가 골프금지령까지 내렸다고 하니 골프의 마력은 골프의 역사만큼이나 유서깊다.
우리나라 골프의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지만 문서로 고증된 만큼 확실한 시원을 알 수 있다. 1900년 우리나라 정부에 의해 고용된 영국인들이 원산의 세관구내에 6홀의 코스를 만들어서 즐겼으며 최초 정규 규모인 18홀 경기장은 1924년 영친왕의 지원으로 옛 군자리(서울 성동구 능동)에 문을 열었다.
이렇듯 100년의 역사를 갓 넘긴 우리나라 골프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 1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사임다비 LPGA 말레이시아 오픈에서 최나연 선수가 우승함으로써 ‘LPGA 대회 한국(계)인 100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의 약칭인 LPGA는 미국은 물론 유럽, 호주, 중남미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에서 날고 긴다는 여자골퍼들이 바늘귀 같은 시드권을 확보하느라 피눈물을 흘리는 꿈의 무대이다. 선수간 경쟁이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이같은 ‘최고들의 경연장’에서 한국 낭자들이 통산 100승을 올렸다 하니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은 후배 양성과 한국 골프 발전을 위해 협회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구옥희 선수(55)가 지난 1988년 스탠더스 레지스터대회에서 우승한 후 23년 7개월만에 이룬 업적이다.
100승의 위업을 돌아보면 많은 곡절과 절절한 사연, 눈물이 앞서는 고생담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같은 눈물겨운 사연과 ‘타이거 대디(호랑이 아버지)’라는 시기심어린 장벽을 딛고 100승을 올리는 동안 국내에서도 골프인구가 꾸준히 늘어났고 이제는 대중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골프를 즐긴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2천6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 증가에 비해 골퍼들의 질적 향상은 더딘 편이어서 인생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이 담겨 있다는 골프를 단순히 ‘타수 줄이기’ 혹은 ‘내기 골프’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이제는 골프 선진국이라는 외형에 걸맞는 품격높은 골프문화를 기대해 본다.
/김진호 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