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43개 대기업집단이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이 전체 매출액 1천201조5천억원의 12%인 144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 대기업집단의 1천83개 계열사 간 상품·용역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이다. 그동안 중소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재벌기업 계열사들 간 내부거래 실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공정위가 재벌기업들의 내부 거래 현황을 조사, 분석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재벌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로 부를 편법 상속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고 기업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계열사까지 설립해 관련 중소기업들을 고사시킨다는 비난이 커지자 공정위가 행동에 나선 것이다.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모두를 불공정 행위로 몰 수는 없다. 공정위도 ‘일률적 접근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공정위의 분석내용을 보면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거나 비상장회사 일수록 내부거래비중도 높다고 한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50% 이상인 회사의 내부거래비중은 34.7%로 지분율 30% 미만인 회사의 12.1%보다 훨씬 높다. 총수일가 지분이 55%인 SKC&C는 내부거래비중이 60%를 넘고 현대자동차의 글로비스, 삼성에버랜드 등도 매출의 40%이상이 내부거래로 채워졌다.
이뿐 아니라 총수가 있는 그룹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3.1%로 상장사의 9.3%를 훨씬 상회했다. 단순 수치로 나타난 내용만 보더라도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가 정상범위를 벗어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증여세와 상속세 한푼 내지 않고 총수의 자녀들에게 부를 넘겨주려 한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이런 공정위의 분석 결과에 대해 재벌기업들의 항변과 불만도 크다. ‘특수한 사정이 무시된 일방적인 발표 내용’이라거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구축한 수직계열화로 불가피한 거래’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일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집단들은 지구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분노한 99%’의 외침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들은 부를 어떻게 축적했는냐를 문제삼는 것이다.
대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가 과연 99%로부터 얼마 만큼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 냉정하게 판단해 볼 일이다. 분명한 사실은 공정사회 확립과 공생발전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기업 스스로 공정한 거래에 앞장서야 할 때이다. 문제를 찾아낸 만큼 남은 것은 단호하고 빈틈없는 후속조치 뿐이다. 부당 내부거래 감시시스템을 강화하고, 내년에 시행되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제도를 확대 운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