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유엔아동기금 아시아 태평양 지역사무소에서 아태지역 17개국에 대해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는 조사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꼴찌라고 해서 국민들의 커다란 충격을 준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초 한국교원단체 총연맹과 EBS가 언어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1명당 평균 75초에 한번 꼴이며 1시간에 49회 욕설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은 중학생 2명과 고등학생 2명이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평범한 학생’과 ‘욕을 잘하는 학생’을 각각 1명씩 추천받아 이들에게 소형녹음기를 지참시켜 등교 이후 점심시간까지 4시간 동안 녹음을 했다고 한다. 1분 15초마다 욕설을 한다는 건 욕을 입에 달고 사는거나 다름없다. 올초 여성가족부 보고서에서도 청소년의 73.4%가 매일 욕설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엔 공부가 뒤떨어지거나 성장환경이 열악한 아이들이 욕설을 더한다는 조사가 많았으나 최근에 욕설사용과 학업성적, 부모의 직업과 학력사이에는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다는 생각이 주류다. 학생들은 일상적인 대화에서 습관적으로 욕을 섞어 쓰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에는 스승이나 부모님의 그림자는 밟지도 말라던 나라였다. 그만큼 웃어른을 공경하고, 윗분들의 가르침을 받들여서 언행을 조심하던 나라가 우리나라였다. 그러던 우리나라가 요즘 와서 그 전통과 좋은 풍습이 무너지고 있는 듯 해 걱정이 앞선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왜 이지경까지 되었는가. 사회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교육의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해야 될까.
교육개발원 조사를 보면 학생들이 욕설을 처음 사용하는 시기는 초등학교 저학년 22.1%, 고학년 58.2%이고 중학교 1학년으로 가면 7.9%로 뚝 떨어진다. “욕설을 할때 충고하는 사람이 없다”고 대답한 청소년도 42.6%나 된다.
가정과 학교는 언어를 담는 그릇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부모와 교사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언어생활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청소년의 언어를 담고 가다듬는 가정과 학교라는 그릇에 금이 가버린 것이다. 빗나간 언어는 빗나간 행동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빗나간 인생을 만들고 있다는 걸 가정과 학교가 함께 깨달아야 한다. 물론 어른에 대한 존경심은 핵가족화로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을 한없이 풀어 키우는 것이 큰 요인이며 욕설의 경우는 디지털 미디어와 TV·영화·대중가요가 언어오염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각자의 개성을 키워 주지 않고 하나의 잣대로 학생들을 줄세우는 황폐한 교육풍토가 크게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다. 가정마다 가정교육이 조금씩 다르듯이 학교도 학교마다 교육방법이 다를 수 있다.
어느 학교는 전인적인 인간교육을 시키는가 하면 또 어떤 학교는 명문이라는 명분아래 성적위주의 점수만을 우수한 인간인 것처럼 교육을 시키는 학교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이 대부분 점수와 등수로 우수한 학생과 열등생 구분을 둬 성적이 좋은 학생은 우수한 사람이고 열등생은 부진한 학생으로 치부해 버린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고 청소년은 미래의 국가 동량(棟梁)이며 희망이라고 한다. 지금부터라도 서둘지 말고 차근차근 교육의 매듭을 풀기 위해 우리의 소중한 정신 문화와 교육의 참다운 미래를 새롭게 설계해 나가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장태환 경기도의원(민·의왕2·문화체육관광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