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레 데 로시’는 축구 종주국이자 빗장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국가대표 선수로 2006년 월드컵 우승에 기여한 스타플레이어다. 그는 세계 3대 리그로 꼽히는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도 인기구단인 AS로마소속으로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거칠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리그에서도 터프한 몸싸움을 즐기는 그는 대포알 같은 중거리슛과 몸을 사리지 않는 헤딩으로 가끔 골을 기록해 ‘골넣는 수비수’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를 사랑하는 팬들을 감동시키고 단순한 축구선수가 아니라 ‘스포츠맨 로시’로 세계 축구사에 기록된 것은 그가 골인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골인을 취소한 것 때문이다.
로시는 세리에A의 ACR 메시나팀과의 급박한 경기상황에서 헤딩으로 골을 넣은 후 곧바로 심판에게 달려가 자신이 손으로 골을 넣었다고 자백했다.
심판도 보지 못한 상황이었으므로 열광하는 팬들을 향해 멋진 세리머니를 날리면 그만이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용광로처럼 들끓는 분위기 속에서도 선수의 양심과 축구의 기본인 ‘페어플레이’ 정신을 지켜낸 것이다.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카타르의 알 사드간 ‘2011 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는 페어플레이와는 상반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후반 30분이 조금 넘은 시점, 수원 삼성의 주장인 염기훈 선수가 알 사드측 선수가 부상으로 2명이나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자 1-0으로 뒤진 상황임에도 관례에 따라 볼을 걷어냈다.
보통 이럴 경우 알 사드측 선수는 경기가 재개되면 스로인을 통해 삼성에 공을 넘겨주는 것이 축구경기의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초등학생들의 경기에서도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알 사드 선수들은 이 공을 곧바로 자신들의 선수에게 연결하곤 두 번째 골을 삼성 골망을 향해 터트렸다. 공을 넘겨줄 것으로 믿었던 삼성 선수들은 대부분 수비도 하지않은 채 지켜만 보는 상황에서.
이후의 폭력사태로 번진 상황은 수원 삼성도 관중의 난입과 선수간 충돌을 막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이날 알 사드 선수들이 보여준 매너는 FIFA가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 페어플레이 정신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페어플레이는 심판의 눈과 룰이 미치지 않는 여백을 아름답게 채워주는 축구의 살아있는 정신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