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동안 리비아 국민 위에 군림했던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가 사망했다.
세계 최장수 독재자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살려달라는 애걸 속에 살해당함으로써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아랍권에 몰아치고 있는 민주화 운동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음을 보게 된다.
한때 카다피는 아랍지역 젊은이들이 가장 존경하는 혁명의 아이콘으로 리비아를 넘어 이슬람세계 여론의 추앙을 받았다. 특히 소련이 붕괴되고 중국이 ‘G2’ 등장하기 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었던 미국을 상대로 한 카다피의 무모한 대항은 이슬람권 단결이라는 역사적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제 그는 자신이 몰아냈던 왕정의 구체제와 똑같은 악마의 모습으로 변질된 채 사라졌다.
한 가지 차이점은 과거 그가 총칼로 혁명에 성공한 반면 몰락은 민초들의 작은 힘들이 모여 만든 민주화라는 도도한 물줄기에 휩쓸렸다는 것이다.
이같은 카다피의 몰락은 아랍권에 민주화 열풍이 표출된 후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에 이어 3번째이다.
도저히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이들의 몰락은 이제 뒤바꿀 수 없는 역사적 당위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벌써 카다피 이후 몰락할 독재자의 명단이 나돌면서 아랍권 독재자들이 초긴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리비아 사태에서도 보았듯 민주화라는 명분에 경제적 이익이 결합할 경우 서방세계 모두가 나설 수 있음을 보았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서방언론은 카다피 다음으로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살레 예멘 대통령의 권좌가 흔들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아직까지는 군부의 지지 속에 유혈로 국민들의 민주화 시위를 짓밟고 있으나 시간 문제라는게 대체적 시각이다.
이럴 경우 지구상에 독재국가 혹은 폐쇄적 비(非)민주주의 국가는 손에 꼽을 정도가 남는다.
속이 타는 곳은 독재의 집산지 아랍권 뿐만이 아니라 북한도 마찬가지다. 김정일이 초긴장상태에서 카다피의 죽음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은 뻔하다. 남한의 좌파들이 어떻게 김정일을 옹호하고 나설지고 궁금하다. 이제 아랍에서 시작된 민주화 열풍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북한에 도달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