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들은 지난봄부터 가을까지 133번의 축제를 즐겼다. 인천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팀 ‘SK 와이번스’로 인한 야구축제는 자연발생적 축제로 인천 전역을 들썩이게 했다.
인천 시민들은 133경기 중 절반은 인천 문학경기장을 직접 찾아 ‘연안 부두 떠나는 배야’를 외치며 어깨를 걸고 한마음이 됐다.
수만 명이 모인 그곳에서는 지연도, 학연도, 나이도 필요치 않았다.
그저 와이번스를 응원한다는 동류의식을 매개로 함께 소리치고, 노래하고, 아쉬워하고, 서로가 서로를 격려했다.
나머지 절반의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는 사무실과 가정, 그리고 호프집 등지의 TV앞에 모여 와이번스를 응원하는 환호성을 터트리며 좋은 시절을 구가했다. 박정권 선수가 홈런을 칠라치면 자연스런 건배와 술 인심이 뒤따랐고 안주를 서비스하는 주인장의 인심도 훈훈했다.
그렇게 여름을 지나 가을을 맞이하자 정규시즌 3위였던 와이번스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전통의 명가 기아 타이거즈를 물리쳤고 플레이오프에서는 부산갈매기로 유명한 롯데 자이언트에 극적으로 승리해 드디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었다. 30년의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그 어느 팀도 이루지 못한 찬란한 기록이다.
하지만 와이번스가 전율의 기쁨을 즐기는 것은 승리를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는 팬들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SK와이번스는 오늘 대구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대망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갖는다.
대구에서 1, 2차전이 끝나면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3, 4차전이 열릴 예정이다. 물론 3, 4차전이 열리는 인천 문학경기장은 대동의 물결로 가을밤을 수놓을 것이 본명하다.
우리 시대의 진정한 축제는 행정기관이나 기획사들이 만들지 못한다. 축제는 자발적이어야 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누구나 행복해야 한다.
단풍이 물든 가을이 오기까지 인천시민들은 와이번스가 있어 행복했다.
와이번스가 그 뜻인 비룡(飛龍)처럼 한국시리즈에서 날아오르지 못할지언정 인천시민들의 사랑은 계속될 것은 분명하다. 이는 와이번스가 단순한 야구팀이 아니라 인천시민을 축제의 장으로 인도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SK와이번스는 ‘우리팀’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