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7 (화)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사설] 망국적 병폐‘카드 대란’이 보인다

플라스틱 머니로 불리는 신용카드는 현대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 줄지는 몰라도 한달에 한번씩 찾아오는 결재기간이 되면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수반한다. 절제된 경제활동에 숙달된 현대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편리한 도구이겠지만 대부분의 외상 인생들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 신용카드의 특징인 누구나 발급받기가 쉽다는 점이다. 카드사의 카드발급 경쟁이 치열해지면 그만큼 발급카드도 늘어날 뿐더러 신용카드로 인한 국가경제적 부담도 증가하게 된다.

지난해 하나은행에서 하나SK카드가 분사한 데 이어 올해 국민은행에서 KB국민카드가 독립하면서 카드 발급이 ‘무한경쟁’ 양상이다. 적정 마케팅비용을 넘어서 카드를 마구 뿌려대고 있는 것이다.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신용카드 발급 수는 1억2천230만장을 기록했다. ‘카드대란’ 직전인 2002년의 1억480만장 보다 1천750만장이 늘어난 규모다. 경제활동을 하는 국민 1인당 신용카드 수는 카드대란 당시 4.6장에서 4.9장으로 증가했다. 더 기막힌 것은 이들 카드 4개 중 1개는 사용되지 않고 서랍에서 썩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발급비용만 최대 3조원에 달한다.

카드사들의 올해 상반기 카드 모집비용은 3천8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천294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런 증가속도라면 올해 연간으로는 6천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카드사태 직전인 2002년 회원 모집비용 4천777억원과 비교해 보면 카드사의 외형경쟁이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카드사태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카드사들이 개인의 대출정보를 공유하고 있어 돌려막기식 소비 행태도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과열 경쟁이 지속된다면 안심할 수 없다. 카드 빚의 상당 부분은 신용도가 낮아 은행문턱을 넘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소득에 비해 카드 빚이 지나치게 많으면 급작스러운 경제위기시 순식간에 상환불능에 빠질 수 있다.

카드 1장 발급하는 데 모집인 비용까지 합치면 통상 10여만원이 든다고 한다. 이는 결국 수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고객이 부담하게 된다. 발급은 받았지만 전혀 쓰지 않은 일명 ‘장롱 신용카드’가 3천300만장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같은 휴면카드 발급에만 최대 3조원 가량이 투입됐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최근 카드사들의 과도한 외형경쟁을 막기 위해 카드 발급건수를 연간 3% 이상, 마케팅 비용을 13% 이상 늘리지 말라고 지시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좀더 강력한 규제에 나서야 할 것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