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이 진화하고 있다. 가만히 앉아 환자를 기다리던 병원들이 환자를 소비자로 치환하는 인식의 변화를 통해 ‘소비자 친화형’ 병원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본지의 지난 10월 31일자 특집기사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서울 중심으로 한 주요 병원뿐 아니라 수도권과 일부 지방 병원에서도 감지된다.
이들 병원들은 소비자들의 불편과 욕구를 수렴해 과감한 투자에 감성을 더해 ‘병원은 멀리할수록 좋다’는 인식을 깨고 있다.
현재 속속 보급되고 있는 병원 코디네이터는 환자의 등록부터 치료계획, 수술일정, 수술후 회복 스케줄까지 원스톱 상담을 진행한다. 이들 병원 코디네이터는 병원의 생경함과 이질감을 해소시켜 소비자 친화형 병원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공급자 위주의 병원들이 소비자 위주로 재편하는 몸부림의 하나로 무엇보다 병원을 찾는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진화가 진행 중이다. 또 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하고 소비자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노력은 병원들의 첨단장비 무장에서 엿볼 수 있다.
병원들은 과잉진료의 우려가 나올 정도로 ‘세계 최초’, ‘국내 최초’ 등의 첨단장비로 무장하고 있다.
웬만한 병원들은 로봇수술과 초정밀 검진장비 등을 갖추고 있으며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숙련된 의료진의 24시간 진료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가고 있다.
치과는 마치 카페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소비자 위주로 개편된 치료시스템은 ‘치과=고통’이라는 등식을 파괴한지 오래다. 이들 소비자 친화형 병원의 공통점 중 하나는 객관적인 신뢰를 얻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다.
병원 외관을 리모델링하고 첨단장비만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준비를 통해 정부로부터 ‘좋은 병원’임을 공인받고 있다.
여기에 서울이 아닌 수도권 병원들이 벌이는 우수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양질의 의료진과 첨단장비 그리고 소비자위주의 서비스로 요약되는 병원들의 진화는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고 있다.
소위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의 후(後) 진료가 아니라 사전 예방 쪽으로 소비트렌드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형병원부터 중소의원들에 이르기까지 종합건강검진은 주요 항목으로 자리매김했고 또 병원측에는 커다란 수익을 안기고 있다.
이러한 병원들의 진화가 차가운 장비와 시스템의 변화만이 아니라 인술(仁術)로까지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