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AIDS)’로 불리는 ‘후천성 면역결핍증후군’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파괴하는 HIV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병하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1980년대 처음으로 에이즈가 등장했을 때, 에이즈는 ‘신(神)이 내린 천형’으로 고칠 방법이 없는 죽음의 병이었다. 과학을 맹신하고 향락에 찌들어 타락한 인류에 대한 신의 심판으로 여기며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였다.
HIV감염 후 에이즈로 발전하기까지는 평균 9~10년의 더딘 속도를 보이지만 일단 발병하면 10개월을 버티지 못하는 불치병으로 기록됐다. 현재까지 약 3천만 명에 가까운 인명이 에이즈로 사망했다는 통계는 공포가 과장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에이즈를 성병으로 단정하고 동성애자나 마약중독자 등 성생활이 문란할 것으로 여겨지는 소수 집단에 대한 편견이 자리 잡았고 그들에 대한 핍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성적 접촉 외에도 에이즈 보균자인 부모로 인해 병에 걸리거나 보균자의 혈액을 수혈 받은 경우에도 발병하는 등 다양한 전염루트가 밝혀지면서 에이즈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싹텄다.
특히 ‘불치병 에이즈’에 도전한 의학계의 집중연구와 전 세계적 투자가 어우러져 에이즈 극복의 길이 열리고 있다.
요즘에 와서는 획기적인 치료방법과 신약개발로 에이즈가 불치병이 아닌 만성질환이라는게 전문의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드디어 지난해 말에는 에이즈환자 완치가 의료계에 보고돼 지구적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한데 전문의들의 이러한 성과를 전제로 하는 것은 치료와 관리다. 의료계가 임상을 통해 안전하다고 요구된 치료를 꾸준히 받을 경우 에이즈는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이 관리가 가능하다는데 이론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적 성과에도 환자에 대한 의료적 관찰과 관리가 선행되지 않으면 에이즈는 중세시절 페스트와 같이 인류를 위협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되지 않고 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내 에이즈 환자는 매년 크게 늘어 현재 1천468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최근 3년간 32%인 471명이 늘어 에이즈에 대한 홍보와 관리체계에 문제점을 들어내고 있다.
더욱 불안한 것은 연락이 두절돼 소재파악을 할 수 없는 에이즈환자가 42명으로 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에이즈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라 만성질환이라는 의료계의 성과가 국민건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당국의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