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위원회 제도는 행정의 민주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 취지 자체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정부 역시 위원회의 기능에 대해 행정 기능이 확대되고, 행정 수요가 다양화·전문화됨에 따라 기존의 전통적인 행정 조직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민간인들이 정부의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길을 열어뒀다는 점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부실한 회의 실적, 비효율성 뿐만 아니라 역할과 기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위원회는 크게 별도의 행정기관적인 성격을 가진 행정위원회와 독립된 처분 권한 없이 심의·자문·의결을 통해 행정기관장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자문위원회로 분류된다. 조사 결과 499개 위원회 중 34개만 행정위원회이고, 93%가 넘는 465개는 자문위원회다.
대부분이 자문위라는 사실은 기관장의 정책 결정을 도와주는 부차적인 역할 밖에 수행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회의 실적이 상위 5위안에 들어가는 곳 중 자문위는 지식경제부 산업표준심의회가 유일했고 나머지 4곳은 모두 행정위였다. 태생적으로 법적인 권한이 없다 보니 만들어만 놓고 책임 있는 활동과 의무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대로 활동하더라도 본질적인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고양시가 설치·운영하는 각종 위원회가 모두 120개에 달한다고 한다.(본보 7일자 보도) 위원 수만 1천601명에 달하는 등 우후죽순 늘어나는 바람에 시민들의 행정참여라는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관련 예산이 늘어나 시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시의 전체 공무원 수가 2천3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공무원 3명당 2명의 위원을 둔 셈이다. 이중 지난해 7월 최성 시장 취임 이후 새로 설치한 위원회는 자문기구 성격의 시정주민참여위원회 등 모두 6개에 달한다고 하니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양시 전체 위원회가 1년에 한 번만 회의를 해도 1억원이 넘는 예산이 든다.
해당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각종 위원회는 시정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특정단체의 정치적 이해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지자체가 위원회 수를 계속 늘리는 이유는 껄끄러운 사안에 대해 위원회를 거치면 시민 대다수의 의견이 반영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원회를 더 존치시켜야 할지 의문점이 든다. 이제라도 위원회에 대한 구체적인 실사를 통해 과감한 수술을 해야 할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