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6 (월)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생활에세이] 빼빼로 데이

 

입동을 지난 거리는 스산하다. 거리를 노랗게 덮던 은행잎도 몇 남지 않았고 건너편 상가에서 켜지는 여러 색의 조명등이 쓸쓸해 보인다. 수능시험 때문인지 거리로 나온 학생들이 부쩍 많다. 학생들의 관심사는 역시 빼빼로 데이에 있는 것 같다.

천년에 한 번 오는 빼빼로 데이니 밀레니엄 데이니 하여 젊은 측과 연인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고 한다. 어떤 빼빼로를 선물해 서로의 우정 혹은 사랑을 확인할 수 있을까, 나만의 특별한 이벤트는 무엇일까 하는 등 이날을 기념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단다.

제과업계와 유통업계의 상술일 수도 있고 11이라는 숫자가 정말 행운의 숫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형마트나 백화점 심지어는 팬시점에서도 이날을 적극 홍보하고 따로 부스까지 만들어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보면 이날에 대한 특수가 대단한 것임엔 틀림없나 보다.

우리 집도 11월 11일이 오면 빼빼로를 한 가방 준비해서 친구들과 주고받고 귀가할 때는 또 그만큼 과자를 들고 와서 몇 달씩 애물단지로 굴러다니다가 결국에는 버려지곤 했다. 빼빼로를 얼마만큼 많이 받느냐가 친구들 간의 우애 혹은 평소의 인기도를 가늠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열을 올리고 좀 더 좋고 푸짐한 빼빼로를 준비하려고 무리수를 두기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부모와 충돌이 생기기도 한다.

어떤 날을 기념하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낭비되고 버려지는 것도 그만큼 많을 것이다. 빼빼로 데이뿐 아니라 짜장면 데이, 천사 데이 등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날이 속속 정해지고 어느 결엔가 우리는 그 문화를 추종해가고 있다.

누가 어떤 경로를 이런 날들을 정하고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건전하고 건강한 문화를 만들고 정착시키는 것 또한 기성세대의 몫이 아닌가 싶다. 빼빼로 데이에 앞서 11월 11일은 농어업인의 날이다. 항간에서는 이날을 가래떡 데이로 정해 가래떡을 해서 나누자는 의견도 있고 그렇게 실천하는 곳도 있다. 참 좋은 생각이다. 우리 쌀로 떡을 만들어서 함께 나누고 남아도는 쌀을 소비해 농가의 소득에 도움이 되는 일 또한 바람직하다.

요즘 한미 FTA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여기저기서 FTA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생계에 위험을 느끼는 농축산 농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에서 무엇보다 잘 지켜내야 할 것이 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쌀을 지켜야 할 것이다. 빼빼로를 나누는 문화를 지향하기 보다는 가래떡을 나누고 쌀을 이용. 개발한 음식 또는 과자를 만들어서 젊은이들이 만족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와 풍습을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여러 가지의 색과 형태로 가래떡을 상품화해 이날을 가래떡 데이로 해 기성세대와 젊은이들이 함께 공감하고 즐기는 문화를 만들자. 그들의 문화에 어떤 잣대를 들이대기 보다는 눈높이를 맞추고 공존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한 줄의 빼빼로 보다는 한 줄의 가래떡을 나누며 서로의 우정과 신뢰를 확인하는 문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시인 한인숙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2006년) ▲안견문학상 대상(시) ▲시집 <푸른 상처들의 시간>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