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충북대학교 강형기 교수의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논어, 맹자를 통해 본 지방자치학’을 주제로 쓰여진 컬럼으로 ‘하나로 일관해야 한다’는 소제목을 달고 있었는데 공직자들이 어떤 자세로 시민을 위한 봉사자로서의 길을 걸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칼럼의 일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공무원은 과연 무엇으로 일관해야 하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테마’로 일관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지역의 테마, 인생의 테마로 일관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만들고 싶은 도시’, ‘아름다운 인생’을 연출해야 한다.
테마란 만들고 싶은 도시 그리고 그렇게 살고 싶은 인생에 대한 성공의 이미지를 말하는 것이다. 이름이 없는 사람은 이름표를 새길 수가 없다. 따라서 일관하여 지킬 명예도 없다. 지방 경영의 첫 과업이 이름을 바로 세우는 일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름을 짓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일단 만들어진 이름을 중단 없이 지켜가는 것이다. 지역이 스스로의 이름에 충실해야 하는 것처럼 지도자는 일상에서 자신의 원칙을 실증해 나가야 한다. 자신의 신념을 실증해 나가는 것이 다름 아닌 지도자의 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큰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바라는 것에 대한 실상으로서의 신념이 있어야 한다. 어떠한 정치적 술수도 그리고 어떠한 정치적 셈본으로도 이길 수 없는 단한가지의 유일한 힘은 ‘반드시 만들고 싶은 지방’에 대한 확고한 신념인 것이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그가 절실히 바라는 것이 시장이 되고 과장이 되는 것이 아니며, 그 자리를 유지하려는 것도 아니어야 한다. 시장이라는 자리도 과장이나 국장이라는 자리도 자신이 진정으로 만들고 싶은 지방, 그리고 자신이 바라는 세상을 만드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그러므로 시장이라는 지위도 과장이라는 자리도 자신이 꿈꾸는 그런 도시, 그런 인생을 만들기 위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 얘기로 돌아와 보자. 시민들은 김포의 테마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우리 인생의 테마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일을 하면서 ‘김포의 테마’, ‘나의 인생’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가?
얼마 전에 우리시 상징물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적이 있다. 시기(市旗)에 새겨진 로고가 지나치게 단순화돼 오히려 난해하다는 지적도 있었고, 시를 상징하는 ‘까치’에 대해서도 이미 길조가 아닌 흉조로 전락됐는데 바꿀 때가 된게 아니냐는 항의도 있었다. 어떤 분들은 김포의 노래마저도 우중충하고 농촌형이라는 이유로 바꿀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에 앞서 우리 김포가 갖고 있는 정체성이 무엇인지, 우리 김포가 지향해야 할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바로 세우는 일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어떤 분들은 시장이 바뀔 때 마다 ‘축복의 땅 살기좋은 김포’에서 ‘희망의 도시 도약하는 김포’로, 다시 ‘지속가능한 창조도시 김포’로 바꾸는데 굳이 차별화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하면서 새삼스럽게 정체성은 따져서 뭘 하겠느냐고 묻는 시민도 있다.
시정 슬로건이나 시정방침은 포괄적이지만 유한할 수 밖에 없는 정치적 수사다. 결코 오래도록 김포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지역의 테마는 시장과 공직자들 보다는 시민이 앞장서서 만들어져야 한다.
김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잘 이해하고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김포를 물려주기 위해 오늘을 살고 있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다.
오늘부터라도 자신의 이름을 찾고 멋진 명찰을 달 수 있도록 ‘만들고 싶은 김포’, ‘아름다운 인생’을 가슴에 안고 생활하자. 24만 시민이 함께 외치는 긍정의 힘이 김포를 빛나게 할 것임을 나는 믿는다.
/유영록 김포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