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1천500억원 사회환원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같은 당 김성조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앞서 기자들과 만나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큰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안 원장의 예상치 못한 ‘기부 이벤트’를 지켜보는 여야 정치권의 심사는 일단 복잡해 보인다.
당사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이날 1천500억원대의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 사회 환원 방침에 대해 “단지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건물 입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한 뒤 “제가 강의나 책을 통해 사회에 대한 책임, 사회 공헌에 대해 말씀을 많이 드렸는데,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의미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선 일절 함구했다고 하지만 이미 정치권에선 그의 사재 출연이 정치활동 본격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다투는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그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통 큰 양보’에 이어 ‘나눔’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안철수식 정치’를 위한 출사표를 낸 것이라는 풀이가 많다. 이번 기부는 본인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서울시장 보선 이후 일단 사그라졌던 안철수 바람이 더 거세질 것임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여야 모두 내부적으로는 이번 발표가 야권의 ‘통합신당 참여’ 요청과 ‘독자신당 창당설’이 쏟아지는 미묘한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어떤 정치적 파장을 낳을지 잔뜩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번 기부로 안 원장의 지지율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그렇게 될 때 다시 한 번 기존 정치권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속내야 어찌 됐든 이번 기부가 여야 정치권에 민생 돌보기에 더 올인하는 등 쇄신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
이번 기부가 정치적 해석과 관계없이 나눔의 문화가 각계각층으로 확산되는, 특히 기업가들의 기부문화를 선도하는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도 집을 제외한 전 재산인 331억원을 내놓아 대통령의 기부라는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 안 원장도 “뜻을 같이해 주기로 한 몇 명의 친구들처럼,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해 다른 인사들의 동참이 있을 것임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