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걷다가 쓰레기를 버리려고 주위를 돌아볼 때, 근사한 장식이 위엄을 자랑하는 호텔 정문에는 버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모퉁이를 돌아 어두컴컴하고 후미진 곳에, 그것도 이미 불특정 다수인들이 각종 쓰레기를 버린 곳을 발견하면 그곳에 쓰레기를 미련없이 던져 넣게 된다. 또 방치된 건물에 유리창이 한 장 깨진 채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에 의해 나머지 유리창도 모두 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황을 범죄심리학에 도입한 것이 소위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지난 1982년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이같은 이론을 월간지 ‘아틀란타’에 발표했고 이후 ‘깨진 유리창 이론’은 범죄심리학 뿐 아니라 사회학, 정치학, 경영학, 조직학 등에 폭넓게 인용되는 유명세를 타고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깨진 유리창과 같이 사소한 것을 방치했다가 엄청난 피해로 이어지는 생활 속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작은 것의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다. 이같은 이론을 기업경영과 조직관리에 접목하면 성공할 수밖에 없는 기업과 실패할 수밖에 없는 기업간 간극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외부 고객을 대하는 직원이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불친절한 언어, 말뿐 아니 약속 등 사소한 실수를 거듭하면 기업은 망하는 길을 걷게 된다. 반면 조직의 정확한 비전과 친절, 능력으로 무장된 직원은 조직을 흥하는 길로 당연히 인도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특히 조직의 성패는 엄청난 물량이 필요한 마케팅이나 생사를 건 경쟁이 아니라 조직원 한명, 한명이 현재 하고 있는 작은 부분의 차이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
이러한 생각은 작은 조직, 그리고 위기의 조직이 바로서기 위한 기초단계로 인식된다. 관련 저서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마이클 레빈의 ‘깨진 유리창 법칙’을 보면 깨진 유리창을 치유할 방법이 제시돼 있다.
1994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살인 등 강력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런데 줄리아니 시장이 선택한 실천방안은 경찰력 강화 등 무시무시한 정책이 아니라 뉴욕에 방치된 낙서와 교통질서 위반 등 경범죄를 근절하는 것이었다.
뉴욕시민들은 줄리아니 시장의 정책에 코웃음을 쳤지만 결과는 뉴욕 살인사건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놀라운 것이었다.
우리 조직을 돌아보면 깨진 유리창인 부서나 조직원이 눈에 띠는 경우가 있다. 무조건 부서와 조직원에게 철퇴를 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강소기업으로 관련 업계의 선두에 서고자 하면 우선 우리 속의 ‘깨진 유리창’을 치유해야 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