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인천시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차차기’ 대권후보다. 40대 후반의 나이로 이미 3선의 국회의원을 지내며 정책능력과 입법기관을 통한 국정운영 능력을 입증했다. 또 민선 인천시장에 당선돼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던 지방색이 약화되고 수도권 대표 정치인으로 위상을 곧추세우고 있다.
이에 앞서 몸을 던진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으로 이름을 떨치더니 변호사로 입신후 인권변호사로 도덕적 우위를 확보했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386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큰 꿈을 꿀 수 있는’ 3박자를 고루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그런데 인생의 굴곡과 달리 정치인으로서는 평탄한 길을 걸어 온 그가 위험한 도박에 나섰다. 자칫 만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채, 권력의 코어에서 벗어나 주변을 배회하다 사그라들지도 모를 위기를 자처한 것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여야 정치권이 사활을 걸고 있는 거대 이슈인 한미FTA와 관련, “우리(민주당)가 시작한 한미FTA를 부정하면 안 된다”며 “적극적인 자세로 책임있게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일 민주당의 본거지인 광주광역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발언한 것으로 민주당 당론은 물론 송 시장의 지원세력인 민주당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특히 송 시장은 “민주당이 ‘그때는 몰랐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의 극치”라는 원색적인 발언으로 자칫 민주당내 교두보를 상실할수도 있는 소신을 피력했다. 물론 송 시장은 지난 노무현정부시절 당의 한미무역협정 위원장을 지내 관련 사안에 정통하고 법률가로서 실무적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미FTA가 갖는 폭발성과 위험성을 고려할 때 송 시장의 이번 발언은 장고 끝에 나온 정치적 소신이자 미래를 향한 결단으로 해석된다. 당내에서는 이미 자신의 뒤에 있다고 판단했던 같은 386세대들이 미래를 향해 눈부신 전진을 하고 있는데 자신은 ‘빛 투성이’ 인천시의 수장으로서 정치적 행보에 어려움을 느꼈을 수도 있다. 또 지금이 발언 시기라는 ‘정치적 타이밍’을 잡았을 수도 있다. 정치인이 국민적 관심사에 소신을 밝히고 미래를 꿈꾸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치공학적 그림위에 도상훈련 하듯 자신의 정치지형을 그려가는 것은 참신성도 없고 성공가능성도 없다.
송 시장의 소신이 설득력과 호소력을 가지려면 계속 진전된 입장과 실천성을 입증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송 시장이 어느 계파, 어느 지역, 어떤 계층을 넘어 오로지 ‘정치인 송영길’로 홀로서기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