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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교육 부추기는 ‘어려운 대입논술’

주요 대학의 수시모집 논술고사가 마무리됐다. 일부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이 어려운 학술지나 논문을 인용하는 등 까다롭게 지문을 냈고, 영문으로 출제한 곳도 있었다고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지난달 24일 “고교 교육과정을 고려해 논술문제를 출제하라”고 각 대학에 권고했지만 대학들은 이를 무시하고 논술시험을 어렵게 낸 것이다. 특히 올해는 수능시험이 지난해에 비해 쉽게 출제됐기 때문에 논술시험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너무 어려운 논술시험이 고액 논술 사교육을 부추기는 것이다.

올해 수험생들이 접한 논술문제는 대부분 공교육 밖에서 출제됐다고 한다. 인문계열에선 고등학생 수준에선 좀처럼 이해하기 쉽지 않는 용어가 담겨 있는 지문 문제, 자연계열에선 아예 정답을 요구하는 수학·과학문제가 많았다. 한국외대에선 스티븐 핑커의 ‘빈 서판’, 가렛 하딘의 ‘경쟁배제의 원리’ 등 제시문이 모두 영문으로 출제됐다. 이러니 대학생은 물론이고 대학원생도 쩔쩔맬 수밖에 없으며 심지어 교수들도 쓰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대학들은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수능이 쉽게 출제돼 변별력을 잃었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논술을 어렵게 출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라면 내년에도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 대학들은 논술시험을 더 어렵게 출제할 것이 분명하다. 학생들은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고 학부모들의 허리는 더 휘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 뻔하다.

대학의 학생 선발권은 보장받아야 하지만 고교 교육의 틀을 벗어나는 방향으로 가선 곤란하다. ‘수험생의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측정한다’는 명목 아래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지문이 속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도대체 교사들도 문제를 이해하기 어려운 논술을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칠 수 있겠는가. 이제 정부로부터 대입 업무를 넘겨받은 대교협이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평소 학교 공부로 대비할 수 있도록 반드시 문제를 고교 교육과정에서 출제하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해줘야 한다. 특히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학들도 참여시켜 ‘공교육 범위 내 출제’합의안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고교생이 풀 수 있는 논술이라면 굳이 수능 이후에 봐야 할 필요는 없다.

수험생을 태운 수백대의 오토바이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내년부터는 사라지도록 대교협과 대학의 지혜로운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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