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아는 ‘로빈 후드’는 중세시대 영국의 의적이자 부의 재분배에 나섰던 조세균형론자라 해도 손색이 없다.
알다시피 로빈 후드는 세금을 징수하고 향유할 줄만 알았지 세금을 부담하지는 않았던 탐욕스런 귀족들로부터 재산을 강탈, 가난한 백성들에게 재분배했다.
그런데 재산을 강탈당한 귀족들이 로빈 후드가 무서워 용병을 운영하고 각종 무기를 사들였는데 이는 또다시 백성들에게 빼앗은 것이었다. 또 로빈 후드에게 빼앗긴 만큼 가난한 백성들을 압박해 수탈해 갔는데 이로 인해 가난한 백성들은 더욱 가난해졌다. 이것이 소위 버핏세로 불리우는 ‘부유세’를 거부하는 계층이 즐겨 들먹이는 ‘로빈후드 효과’이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징수하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부자들의 조세회피가 나타나 국세뿐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고, 재산이 많은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낸다”는 보편적 진리는 강한 힘을 갖는다. 특히 사회적 리더들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시대적 정신과 결합하면 경제우위시대 우리사회의 결합을 공고히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20세기와 21세기를 관통하며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가이자 최고의 갑부로 알려진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은 이제 자선가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과 같은 부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하라는 그의 주장은 전 세계적 공감을 얻고 있어 빌게이츠를 비롯한 억만장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해외소식에 따르면 영국의 부자 노인들은 자신들에게 지급된 정부의 난방보조금 마저 복지단체에 내놓고 있다고 하며 프랑스 부자들도 정부의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세금을 더내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자본주의 4.0시대’를 맞아 국가의 행정력이나 경제시스템이 미치지 않는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자 미래로 나가는 길이다.
14세기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의 도시 ‘칼레’의 시민들은 6명의 목숨을 내놓으면 나머지 시민 모두를 살려주겠다는 영국군의 제안에 혼돈에 빠졌다. 이때 가장 먼저 목숨을 내놓겠다고 나선 것은 칼레의 최대 부호 ‘외스타슈 생피에르’였다.
가진 자들에 대한 ‘부유세’를 이야기하면 좌파로 몰리기 십상인 세상이지만 세금을 통한 부의 재분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재산을 물처럼 흐르게 했던 조선 최고의 거상 임상옥의 정신을 오늘날에도 보고 싶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