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의의 태두라는 프랑스 사회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1955년 브라질 원주민을 연구한 기념비적 작품인 ‘슬픈 열대’를 발표했다.
9부로 나뉜 이 책은 서구중심의 사고(思考)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만행을 일삼고 있는지를 고발하는 명저로 손꼽히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학자, 인류학자, 인문학자, 생태학자 등 전문분야가 다른 이들이 읽더라도 저마다 자기 식으로 감명을 받는 ‘깨달음의 바다’와 같은 역할로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각광을 받고 있다.
오늘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슬픈 열대’에서 말하고 있는 이분법의 폭력성과 자기중심적 파괴성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이 책을 통해 서구중심의 ‘문명과 야만’이라는 이분적 판단의 오류를 자신이 관찰한 브라질의 4개 부족을 통해 입증했다.
그에 따르면 원주민들은 ‘서구사회와 다를 뿐’ 비이성적 야만이거나 악(惡)의 집단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보로로족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는 그들이 각자의 역할에 다라 사회적 시스템을 이루고 유기적으로 생활하고 있어 결코 서구의 사회시스템에 뒤떨어지지 않음을 입증했다.
또 우리가 이해 못하는 그들의 관습과 생활양태는 나름의 과학적 근거와 종교·문화적 법칙아래 조화되고 있음도 보여준다. 오히려 그들의 야만적 습관을 문제 삼는 서구사회가 저지른 세계 1,2차 대전과 아우슈비츠의 학살, 십자군의 맹목적 이슬람정벌 등의 행위가 더욱 야만적임을 깨닫게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슬픈 열대’가 경고하는 자기중심적 이분법의 오류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례로 TV를 통해 유명 인기인의 말을 통해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별못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 색깔은 저 색깔과 다르다”고 표현해야 할 것을 천연덕스럽게 “이 색깔은 저 색깔과 틀리다”고 말한다. 듣는 이들 역시 이같은 말에서 생경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도 대화중에 “이 물건은 저 물건과 틀리다”고 말하는 언어습관을 지니고 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이 말에 고스란히 녹아 있으며 우리 정치와 사회에서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몰아붙이는 야만성을 담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피부색이 다르고, 정치적 이념이 다르고, 응원하는 팀이 다르고, 태어난 곳이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것은 다른 것일 뿐, 틀린 것이 아니다.
다른 것은 타도의 대상도 아니고, 바로잡아야 할 오류의 대상도 아니다. 다른 것과 다양함을 용인하고 함께하는 세상, 그것이 살맛나는 세상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