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년 전 동탄신도시 주상복합아파트를 구입하는데 6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투자금의 절반인 3억원은 은행대출을 이용했다. 구입당시 기대에 부풀었던 A씨는 지금 속이 상해 잠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폭락했고 한달 수입액의 상당액을 이자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부동산 거래가 없다 보니 매도는 꿈도 꾸지 못한다. 이렇게 부동산에 돈을 투자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도시근로자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한 일이다.
올 한 해 가계 빚 이자부담이 50조원을 넘어섰다. 금융권과 한국은행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 올해 가계대출 이자부담은 56조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797조4천억원이었던 가계대출은 올해 9월 말 현재 840조9천억원으로 늘었다. 1년 새 무려 43조원이 급증한 것이다. 대출이 많아졌을 뿐 아니라 금리도 뛰었다. 지난해 말 연 평균 5.35%였던 은행 대출금리는 올해 9월말 5.86%까지 높아졌다.
그러니 가계의 이자부담이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어 국민총소득의 5% 가까운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가계의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직격탄을 맞는건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젊은층이다. 통계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01.7%다. 이는 다른 소득계층의 100~120%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연소득 2천만원 이하 저소득층의 가계대출은 지난 1년 반 새 49%나 늘어 85조원으로 급증했다.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159.2%에 달한다. 20~30대 젊은층의 부채증가율 역시 34.9%로 집계됐다.
못사는 서민과 자영업자, 젊은층이 불어나는 이자부담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서민들의 전월세 부담은 갈수록 늘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가 오르고, 과외비와 등록금 등 교육비 부담도 여전하다. 자영업자들은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대출을 늘리는 상황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불어나는 빚과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하는 취약계층이 속출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시한폭탄처럼 커지는 가계대출 부실화를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을 높여 서민들이 빚과 이자를 갚을 수 있도록 하는 근본 대책도 절실하다. 물가안정 역시 발등의 불이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니지만 지금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눈덩이 가계부채’는 끝내 시한폭탄처럼 터지고 말 지경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