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선생님이 아이들 때리면 얼마인줄 알아?”
주말을 이용해 함께 산에 간 중학교 선생님은 한숨부터 쉬었다. 자기네 학교 한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학생 지도하다가 때린 일이 있었는데, 다음날 학부모가 찾아와 합의금 1천만원을 요구해 했다는 것이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어떠한 체벌도 금지하고 있는데, 참지 못하고 체벌을 했으니 교사로서 할 말은 없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체벌로 바르지 않은 행동습관과 학습태도를 바르게 지도하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하지만 체벌은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 학생인권을 유린하고 체벌의 교육적 효과도 적다. 이제는 때리지 않고 학생을 지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 방법은 하나의 좋은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
아직 학교에서 체벌하지 않고 학생을 효과적으로 지도하는 방법과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좋은 모습으로 정착될거라 믿는다. 하지만 아직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문화가 정착되기 전 그 과도기에 청소년 동료간 폭력이나 선후배 사이 폭력이 아직도 남아 있고, 가정 폭력도 현존하고 있다. 이러한 폭력 현상도 인권교육을 통해 근절해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만 체벌하지 않는다고 해서 체벌지수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학생, 가정, 학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청소년 아동 인권 존중의 시대에 요즘 교사들은 참을 인(忍자)를 서너 개쯤 가슴에 새기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어쩌다 참지 못하고 체벌을 한 경우 책임은 교사 개인에게 소위 ‘날것’으로 돌아온다. 학교도 학교에게 책임이 전가될까 봐 교사를 적극적으로 변호하지 못한다. 학생들은 아직 미성숙한 인격체이기 때문에 잘못 판단하고 잘못 행동할 수 있다고 너그러운 반면에 교사에게는 잘 가르쳐 보려는 심정을 헤아리는 아량이 자꾸 없어진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체벌의 정황을 살피고 이해하기보다는 때린 것을 기회로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측면이 있다. ‘때려서라도 사람 만들어 달라’고 하던 옛날과 사회적 정서가 사뭇 다르다.
교사들끼리 만나면 ‘요즘 학생들을 가르치기 너무 힘들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전부터 교직 스트레스는 있었지만, 최근 들어 교직 스트레스가 급격히 늘어났다. 스트레스가 심해 전문 크리닉을 다니는 교사도 있다. 주말이나 방학 때 명상 센터에 등록하는 분도 있다. 휴직이나 명퇴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선생님들을 부러워한다.
몇 년 전까지는 중학교가 학습지도나 생활지도가 힘들다고 이야기했는데, 요즘은 초등학교 교사들도 힘들어 한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 담임교사들에게는 각종 인센티브가 생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담임은 모두들 기피하는 학년이 됐다는 것이다. 한 중학교 교사는 “제발 초등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서 보내줘요. 죽겠어요”라고 만날 때마다 하소연한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교육적 위기는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정열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하지 않으려는 흐름이다.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배우지 않으려고 하고, 교사들도 적극적으로 지도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교육 불가능의 시대’가 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가슴에 참을 인(忍) 자를 서너 개 새겨 넣어도 사실 참는 것만으로는 교사들이 버틸 수가 없다. 참는 것은 바로 스트레스가 된다. 자괴감을 가져오고 우울증을 가져온다. “내가 듣지도 않는 아이들에게 가르칠게 무엇인가?” “내가 이럴려고 교사가 되었나” 싶은 심정은 자괴감을 가져오고 우울증이 올 수 있다. 화가 좀 더 쌓이면 분노가 된다. 화는 참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면 큰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교사들이 화를 잘 참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를 내지 않아야 한다. 이유와 상황이 어떠하든 체벌은 안 되고 교사는 참아야 한다.
도교육지원청은 교사들 정신 건강과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하는 설문조사나 전문가 진료문진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교직 만족도를 측정하고 해마다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임덕연 안양 명학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