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서 검사(檢事)만큼 힘 있는 직업도 드물 것이다. 검사는 행정부 소속이지만 일반 공무원과 달리 검사 개개인이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라는 면에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과 비슷하다. 하지만 검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기소독점권’을 행사하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다. 쉽게 말해 검사가 기소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누구도 불법여부를 책임지지 않으며, 반면 검사가 기소하면 설사 죄가 없더라도 사법절차에 따른 고초를 겪을 수도 있다.
또 같은 고시(考試) 합격이지만 행정고시 합격자들이 정년을 채우고 물러나면 갈 곳이 없는 반면 사법고시를 통한 검사들은 퇴직 후에도 변호사개업을 통해 온갖 부와 명예를 누린다.
검사들의 집합체인 검찰청은 청단위로는 유일하게 수장인 검찰총장이 장관대우를 받는다. 아직도 뇌리에 생생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대화에서 검사들이 보여준 강단은 이 같은 배경을 깔고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검찰에 대한 제어장치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며 검찰과 경찰간 수사권을 놓고 벌이는 갈등도 검찰의 권한이 너무 방대한 것이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그동안 검찰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줄곧 검찰의 중립성 위반과 청렴성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런데 최근 사표를 제출한 2명의 여검사(女檢事)가 이 같은 검사의 문제점을 그대로 노정하고 있어 화제다.
부산지검에 근무하던 A검사는 부장판사 출신인 모 변호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 아니라 그와의 친분을 이용해 청탁을 용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미 사표가 수리된 A검사는 문제의 변호사를 통해 벤츠승용차와 명품 핸드백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1년 전 스폰서검사에 이어 ‘그랜저검사’가 우리사회를 강타했는데 그보다도 한수 위의 솜씨다.
반면 같은 여검사로 사표를 제출한 대구지검의 B검사의 경우는 사퇴이유가 상반된다. 그녀가 사표를 제출한 이유는 ‘이젠 떠나려 합니다’라는 사직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B검사는 “검사라는 사실이 부끄러운 적이 많았다”며 “최근 검사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기가 너무 어렵다”고 소회를 밝혔다.
B검사는 검찰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정당성을 상실하지는 않았는지, 공정성 문제는 없었는지를 묻고 있다. 공교롭게 같은 시기에 사표를 제출한 두 명의 여검사가 우리에게 절망과 희망을 함께 주고 있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