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최고위원 3인이 전격적으로 동반사퇴한 것은 어찌보면 예견된 일이다. 현재 한나라당이 처해있는 상황을 보면 최고위원들의 결정은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당 중진들의 당직 사퇴가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을 구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당 중진들의 의원직 사퇴 등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찻잔 속의 태풍일 수 밖에 없다는 견해가 많다. 한나라당이 뼛속부터 바뀔려면 인적 쇄신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책임정치’와 ‘인적쇄신’은 현재 한나라당 내 일고 있는 변화의 기틀이 돼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들 3인의 사퇴는 ‘홍준표 체제’ 붕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당내 최대주주이자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당 전면복귀를 앞당길 가능성이 많다. 한나라당은 일단 홍준표 체제 이후의 당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를 놓고 난상토론이 예상된다.
현재의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커보인다. 그 형식을 놓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것이냐 아니면 곧바로 내년 총선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킬 것이냐, 아예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것이냐를 놓고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한나라당은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다. 당내 대주주에게 기회를 주고 정파를 벗어나 일치단결하는 방법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최고위원을 포함해 수도권 출신이 주축이 된 의원 10명은 최근 모임을 갖고 “한나라당이 해산 등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재창당까지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도 재창당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이 이렇게 곪아 터지게 된데는 이른 바 당의 주축세력이라는 다선 의원들의 책임이 크다. 이들은 당이 변화하는데 소극적일뿐 아니라 계파를 나눠 당이 분열시켰다는 책임을 면키 어렵다. 이른바 쇄신파라는 의원들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당 위기때마다 목소리를 높이며 당쇄신을 주장해 왔지만 선언적 구호를 먼저 선창함으로써 위기의 중심에서 벗어나려는 구태를 거듭해 왔다. 이들이 진정으로 당을 위한다면 과감하게 의원직을 던지고 다음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이들이 다시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려 한다면 정치개혁과 정당정치의 위기를 벗어나기는 요원한 일이다.
내년도 예산안과 각종 민생관견 법안이 상당수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야의 사정을 놓고 봤을 때 주어진 시간안에 예산안 등이 처리되는것은 어렵게 됐다. 한나라당이 돌아선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위기만 모면하겠다는 제스처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