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포한 2012년을 불과 12일 앞두고 69세를 일기로 급사했다. 이로써 한반도 정세가 대격랑 속에 휘말리고 있다. 한반도 정세 흐름의 중심축을 형성해온 북한 최고실권자가 돌연 급사함으로써 향후 정세는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시계제로의 형국이 되고 있다. 이는 한반도 주변질서를 좌우하는 주요 열강과 남북한의 정치적 지배구조가 일거에 교체기를 맞는 내년의 ‘정치적 빅뱅’을 목전에 두고 발생했다는 점에서 한반도는 그 어느때보다 격렬한 대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북핵 6자회담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 흐름이 ‘전면 스톱’되고 북한 내부체제의 향방을 둘러싼 극도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전반적인 정세흐름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러모로 봐서 김 위원장의 사망이 현 한반도 정세에 끼치는 충격파는 가히 메가톤급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국이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19일 정오에 ‘중대보도’ ‘특별방송’을 통해 김 위원장이 17일 오전 8시30분 급병으로 열차 안에서 사망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김일성 주석 사후 1998년 국방위원장으로 김정일 시대를 연 지 13년 만에, 1974년 후계자로 공식화된 지 37년 만에 김 위원장의 철권통치가 막을 내렸다.
관심은 김정일 위원장 사후 북한체제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한의 군대와 인민은 후계자 김정은의 영도를 받들 것을 맹세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앙통신은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에게 고함’이란 제목의 보도에서 “오늘 우리 혁명의 진두에는 김정은 동지께서 서 계신다”며 “김정은 동지의 영도 따라 슬픔을 힘과 용기로 바꾸어 오늘의 난국을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확인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긴급국무회의를 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주재한 자리에서 “동요없이 경제 활동에 전념해 달라”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긴급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한 제반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앞으로 한미 양국이 함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우리 군은 전군에 비상경계태세 2급을 발령했다. 공무원들도 비상근무에 대비하고 있다. 급변하는 정세속에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국민들의 단결된 힘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