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새벽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98호 경기도도당굿 기예능보유자 오수복(吳壽福)선생이 타계했다. 88세 미수(米壽)의 나이다. 무형문화재는 일명 ‘인간문화재’라고도 불린다. 인간문화재라는 것은 ‘인간국보(國寶)’, 즉 살아있는 나라의 보물인 셈이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났다. 우선 선생의 명복을 빈다. 그런데 가슴 한편으로 싸한 슬픔이 지나간다. 말로는 인간문화재였지만 그분의 평생은 그리 화려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국가가 지정한 무형문화재였지만 사회적으로는 아직도 하층민인 한명의 무당일 뿐이었다.
오수복 선생은 1924년 용인시 역북동에서 출생, 1954년 31세의 나이로 당대 ‘큰무당’이었던 이가보 선생으로부터 내림굿을 받아 무속인의 길로 들어섰으며, 그 뒤 대를 잇는 화랭이 집안의 고 이용우 선생에게서 경기도당굿을 익혔다. 그리고 1990년 10월 10일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國家指定 重要無形文化財) 제98호 경기도당굿 기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여기에 도달하기까지는 가슴에 묻은 슬픔도 많았다. 선생의 부음을 접하고 한 인터넷 매체에 추모의 글을 발표한 민속학자 하주성 씨에 따르면 오수복 선생은 일찍 남편과 사별을 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생을 하며 많은 식솔들을 혼자 감당했다고 한다.
이후 오수복 선생은 내림굿을 받아 무업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도 무당이라면 대접받는 직업이 아닌데 당시는 오죽했을 것인가. 미신을 퍼트리고 혹세무민하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그들의 표현대로 ‘세상이 좋아지면서’ 무형문화재로까지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오수복 선생은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지정을 받고 나서 그동안 전국을 다니며 수많은 행사를 가졌다. 하 씨에 따르면 생전에 오수복 선생이 “아는 사람들은 도당굿이 전국에서 최고라고 하는데 가만히 들어보면 그 깊이를 알 수 있어요. 한 마디로 멋이 철철 넘치는 굿이 바로 경기도 굿이거든요”라며 긍지를 가졌다고 한다.
도살풀이, 태평무 등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무용이 도당굿의 장단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터벌림, 진쇠춤 같은 많은 춤들이 도당굿을 모체로 창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평생을 도당굿에 헌신한 오수복 선생은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다. 선생은 공교롭게도 경기도당굿보존회가 주최한 ‘재인청의 역사를 찾아서’ 학술세미나가 열리던 날인 17일 새벽에 별세했다. 아마도 영혼은 그 행사장을 지켜보셨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