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김정일 사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통화를 요청했으나 중국은 아직까지 정상간 전화통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19일 낮 12시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발표한 직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했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국들중 유독 중국만이 정상간 통화를 거부한 것이다. 물론 후 주석이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 어떤 나라 정상들과도 아직 통화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뭔가 찜찜하다. 중국은 대신 양제츠 외교부장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했다. 양 부장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미국, 러시아 외교장관들에게 전화를 걸어 갑작스런 변고를 맞은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이 도가 지나친 외교행위를 했다는 지적도 있고 대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제스처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한국 영해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인 선장이 해경 특공대원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위로와 사과의 언급을 하지 않고 사건 하루가 지난 뒤에야 마지못해 유감 표명을 한 적이 있다. 중국은 사건 직후에는 “한국 측이 (해당)중국 어민에게 합법적 권익 보장과 더불어 인도주의적인 대우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적반하장식의 태도를 보이다가 국제적 여론이 악화되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에서 가해자인 북한을 편드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탈북자 문제에서도 중국은 한국 등 국제사회의 우려와 항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북한의 편을 들어 공안에 적발된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이번에도 중국은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직후 후주석을 비롯해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이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을 찾아 조문했다. 한국에 대한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한중 양국은 지난 2008년 정상회담에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에 합의한 바 있다.
한국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수집이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번 김 위원장 사망으로 드러난 상태에서 북한 내부를 비교적 소상히 꿰뚫어보고 있는 중국과의 정보 협력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태다. 또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때 실질적으로 중국과 어떻게 협력할 것이냐는 문제도 미리 생각해봐야 한다. 무력하게 사태를 바라만 보고 있다가 통일의 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다음달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이번 기회에 북한 급변에 대비한 양국 협력관계를 잘 구축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