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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 密雲不雨 <밀운불우>

 

밀운불우란 ‘짙은 구름은 잔뜩 끼었으나 비가 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조건은 모두 갖췄으나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말하는 고사성어다.

고대 중국 주(周)나라의 문왕(文王)은 은(殷)나라의 마지막 왕인 주왕(紂王)의 포악한 정치로 모든 대세가 자신에게로 기울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문왕의 결심여하에 따라 온 천하를 얻을 기회를 만났던 것이다. 당장 전쟁을 벌려도 승산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주왕의 포악한 정치에 백성들이 신물을 느껴 외면하고 있는 마당에 뭘 망설이느냐고 볼멘소리를 했지만, 문왕은 일언지하에 거부하고 자신의 힘을 발휘할 때를 기다렸다. 구름이 많다고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란 것을 문왕은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인기가 없고 백성들에게 외면당하는 포악한 주왕이지만, 자신이 은나라 주왕에 비하면 보잘 것 없고 분수에 맞지 않아 주왕을 상대하기에는 아직도 자신의 덕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기회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런데 문왕은 천하를 얻는 것보다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군주가 실력과 덕이 없으면서 지위만 높으면 권력을 가지고 나는 새는 쏘지 못하고, 바위틈에 엎드려 있는 힘 없는 민중만 쏘아서는 안 된다는 덕치의 의지가 있었기에 먼저 수신제가를 최우선 순위로 뒀다.

오늘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이야말로 폭풍을 일으킬 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겉모양만 보면 대단한 구름이 모여 있기에 메마른 땅에 당장이라도 한줄기 소나기라도 퍼부을 기세다. 학력도 그렇고, 경력도 출중하다. 그런데 구름이 많다고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다. 구름만 몰고 다닐 뿐 비는 내리지 못했다.

총선,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정당들이 만들어질 모양이다. 기대 반, 우려 반 국민들은 엄숙한 얼굴로 관망하고 있다. 방향은 그럴 듯한데, 그 안에 구름만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또 끼어들면 비가 내리겠는가?

아무리 구름이 많아도 바람이 있어야 한다. 순리를 거스르고 국민들의 바람을 외면하면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사실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자신에게 아무리 많은 구름이 있어도 비를 내리기 위해선 국민들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한다. 정치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기 때문이다.

정당은 정치적인 힘이 있는 몇 사람이 작당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국민들은 지금 지쳐 있다. 지나가는 천둥소리라도 한 번 들었으면 하는 타는 목마름이 있는데, 국민들의 이런 갈증에 편승해 폼만 그럴듯한 사람들이 “여기에 구름이 많으니 곧 비가 올 것”이라고 선동한다 해도 믿고 따라 갈 국민은 한 사람도 없다.

입만 열면 선공후사 하겠다면서 사사로운 일을 먼저하고 개인의 유익을 앞장세우는 정치를 한다면 그 정치는 천민정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먼저 국가를 생각하자. 공(公)이 먼저이고 사(私)가 그 뒤를 따르게 해야 한다. 법정스님은 ‘무소유’에서 지식이 인격과 단절될 때 그 지식인은 사이비요, 위선자가 되고 만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의 핵심은 가짜가 진짜의 껍데기를 쓰고 있는 위선과 허위에 있다는 점이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아무리 개인적 능력이 탁월한 정치가든, 아니면 CEO든 실패할 수밖에 없다.

/박남숙 용인시의회 자치행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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