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정수는 299명으로 이들만이 대한민국 헌법기관으로 소위 ‘금배지’를 단다. 국회의원의 대명사가 된 금배지는 제헌국회시절 금광을 소유했던 한 의원이 순금으로 배지를 만들어 선물한 것이 기원이라고 하나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이후 관례화됐던 국회의원들의 금배지는 11대 국회부터 순금배지는 사라졌다. 다만 은에 도금을 한 6g정도의 배지가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지지만 가격은 나사형이 1만9천500원, 옷핀형이 2만5천원에 지나지 않는다.
금배지는 1948년 제헌국회 이후 현재까지 무려 9번의 문양 교체가 있었지만 무궁화를 바탕으로 가운데 한자로 나라 ‘國(국)’ 자로 사용하는 원형은 유지돼 왔다. 5대와 8대 국회는 당시 사회분위기에 동승해 무궁화 바탕 위에 한글로 ‘국’ 자를 사용했으나 한글 ‘국’ 자를 거꾸로 하면 논다는 뜻의 ‘논’ 자로 보여 “국회의원이 놀고먹는 이미지를 풍긴다”며 디자인을 교체했다.
또 1991년 시작된 지방자치제에 의해 지방의원들이 국회의원 배지를 본떠 배지를 제작하자 국회의원들이 차별화에 나서 1993년 배지도안을 또 변경했다. 이후 국회의원은 무궁화 모양 바탕에 한자로 나라 ‘(國)국’ 자를 사용하고 지방의원들은 옳을 ‘(義)의’ 자를 사용하는 것으로 굳어졌다.
2만원 전후의 불과한 도금된 금배지지만 이를 왼쪽 가슴에 붙이고 나면 그 대우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국회 내에서 한 발언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이 면탈되는 ‘면책특권’과 국회회기 내에는 현행범이 아닌 이상 ‘불체포특권’을 누린다. 또 금배지 1명에게 연간 세비 1억1천700만원과 의원실 운영경비 5천만원이 지급되고 보좌진 6명의 급여 2억7천여만원 등 총 5억원이 지원된다.
그러나 이러한 금전적 지원보다 금배지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은 의전이다. 공항에서는 일반인들과 달리 특별출입구로 출입국하고 공항 의전실을 사용하며 한도가 있지만 KTX 등 열차도 공짜로 이용한다. 또 국회의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골프의 경우 명목상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암암리에 회원대우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회원권도 없이 부킹이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치고 싶을 때 칠 수 있는’ 꿈같은 대우를 누리고 있다. 특히 금배지에 주어지는 ‘장관급 예우’는 명시된 혜택을 뛰어넘는 것이어서 소위 ‘전화 한통’이면 대한민국에서 안 되는 일이 없는 무소불위의 특권이다.
오죽하면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기 위해서는 적게는 10억원, 많게는 100억원에 이르는 공천헌금을 해야 한다는게 여의도의 공공연한 정설이었다. 4월 총선에서 금배지만을 노리는 정상배가 아닌 국회의원을 제대로 뽑아야 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