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은 새해가 되면 국정전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꼭 언제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나 관례적으로 1월의 마지막 수요일에 행해진다.
미국 상원과 하원의 합동회의에서 발표되는 국정연설은 미국 대통령의 국정 운영방안으로 ‘연두교서’로 불린다. 1790년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부터 시작됐으니 그 역사도 만만치 않다.
국정연설은 대통령의 성향에 따라 의회에서 직접 연설형식으로 발표하거나 원고를 작성해 의회에 보내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했다. 물론 이때에는 행정부의 가장 큰 임무이자 관심사인 예산편성안도 의회에 보내 새 해를 시작하는 살림살이를 마련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세계적 이슈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관심이 집중된다. 세계경찰이자 지구촌 초강대국인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그 파장으로 인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역사의 고비마다 작용과 반작용으로 세계사의 흐름에 영향을 끼쳤다. 1918년 윌슨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주창한 민족자결주의는 우리나라 3·1운동뿐 아니라 당시 식민지의 고통을 겪고 있던 아시아권 젊은이들의 봉기를 촉발했다. 자국 이기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당시 식민지아래 고통을 겪던 국가들에게 큰 힘이 됐던 것은 사실이다.
1941년에는 루스벨트 대통령이 역사적인 4가지 자유에 대한 국정연설을 실시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설파한 공포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언론의 자유, 종교의 자유는 현재까지도 세계권리장전의 모범으로 추앙받고 있다. 인권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유엔과 세계 각지에 인권관련 단체들이 등장하는 초석을 뿌렸다.
2002년 부시 대통령은 국정연설을 통해 북한과 이라크, 이란을 소위 ‘악(惡)의 축’으로 지목했다. 이는 곧바로 이라크 침공으로 이어졌고 전 세계가 전쟁의 광풍에 휩싸였으며 지금까지도 후유증이 남아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시각으로 인해 남북관계를 냉각시킬 수밖에 없었고 이후 정부에도 커다란 부담으로 남았다.
이렇듯 세계사에 영향을 끼치는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주는 속뜻은 무엇일까. 아마도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국민들과 소통에 나서 대통령이 직접 협조를 구하는 진정성에 있을 것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