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7 (목)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창룡문] 정월대보름

지동설(地動說)보다는 천동설(天動說)이 통하던 시절, 달(月)은 선인들에게 커다란 의미였다. 특히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달의 변화는 1년 농사를 짓는 달력이라는 시간표를 만들어 줬고 이는 생존을 좌우했다. 따라서 조상들은 달의 변화에 따른 삶을 영위하면서 달에 대한 경외감 속에 주술적 의미까지 부여했다.

오늘날 전해지는 200가지를 헤아리는 각종 명절 풍습은 거의가 달의 변화에 따라 파생됐다. 정월대보름은 새해 들어 처음으로 만월(滿月)을 이루는 시기로 조상들은 이날을 화합의 축제일이자 새해를 시작하면서 달에서 소원을 비는 때로 삼았다. 전래되는 자료에 따르면 정월대보름의 풍습은 50가지 전후에 이른다고 하나 지금은 즐겨 행해지는 풍습이 10여 가지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도 정월대보름 아침 일찍 일어나 더위를 파는 풍습은 재미와 더불어 전래되고 있으며 한 해의 액운을 막기 위한 부럼깨기는 맛있는 견과류를 먹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여기에 다섯 가지 이상의 곡식을 섞어 지은 오곡밥은 요즘에도 건강식으로 환영받고 있으며 널뛰기와 연날리기도 새로운 놀이문화로 맥을 잇고 있다. 또 지신밟기, 사자놀이, 줄다리기, 차전놀이, 놋다리밟기 등이 흥을 돋우고 지방마다 특색있는 달맞이 풍습은 끊이지 않고 보존돼 있다.

그러나 아침 일찍 찬술을 나눠 마시는 귀밝이술은 건강을 생각하는 세태에 밀려 세속만 전해질 뿐이다. 또 보름달을 보며 돌리던 쥐불놀이와 횃불싸움, 달집태우기 등은 풍년을 빌고 액운을 막는다는 좋은 의미에도 화재 등의 위험과 아파트생활로 대변되는 환경변화로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풍속이 돼가고 있다.

더욱 걱정은 서양에서 전래된 밸런타인데이, 할로윈데이 등의 위세 밀려 우리의 세시풍속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는 점이다. 같은 동양권 문화인 중국과 일본도 우리와 같은 대보름풍속이 있으나 역시 현대에 와서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빛을 잃어간다고 하니 어쩔수 없는 대세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세시풍속은 어리석은 비과학적 행태와 무지에서 비롯된 무속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억겁의 시간 속에서 자연에 순응하고 생존해온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고 평화와 행복을 기원한 민족정신을 엿볼 수 있다. 또 풍속에는 수많은 전란을 겪으며 사라진 서책을 대신할 정신이 존재하고 역사가 살아숨쉬고 있기도 하다.

오는 6일 대보름에는 희어지는 눈썹을 막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가족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부럼을 깨며 희망찬 임진년을 계획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