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시작부터 ‘학교 폭력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대구에 이어 발생한 광주 중학생 A군 자살사건으로 일선 학교에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새해가 되자마자 경찰은 학교 폭력 수사에 외근 경찰관 1만2천 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치안의 최우선으로 “학교 폭력 문제는 올 초 민생 치안의 최대 중요 정책”으로 규정하고 “생활안전 기능뿐 아니라 형사 기능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정부에서는 학교 폭력 신고전화를 117로 통합하기로 했으며, 이 시스템을 24시간 가동하기로 했다. 이러한 노력들에 대해 실효성 여부를 제기하는 시각들도 있지만 학교 폭력 문제가 더 이상 불거져서는 안 된다는 게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학교 폭력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되기를 새해 소망으로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폭력의 문제를 고민하게 하면서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한 편의 시를 소개해 볼까 한다.
곽재구 시인은 대표작 ‘사평역에서’로 유명한 시인인데, 그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상처받는 사람들을 따뜻한 눈으로 감싸 안고 있다. 곽재구 시인의 ‘받들어 꽃’에서도 그러한 시인의 정서가 잘 나타나 있다. ‘받들어 꽃’은 아이들에게 총(폭력) 대신 꽃(사랑)을 받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이 시에는 구체적인 사물과 사람들이 등장하고, 이야기를 하듯이 서술되고 있으므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우리 모두가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이제 시인의 피워 내는 꽃향기를 시를 통해 직접 맡아보자.
‘국군의 날 행사가 끝나고/아이들이 아파트 입구에 모여/전쟁놀이를 한다./장난감 비행기 전차 항공모함/아이들은 저희들 나이보다 많은 수의/장난감 무기들을 횡대로 늘어놓고/에잇 기관총 받아라 수류탄 받아라/미사일 받아라 끝내는 좋다 원자폭탄 받아라/무서운 줄 모르고/서로가 침략자가 되어 전쟁놀이를 한다. (중략)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 앞에서/나는 얘기했다./아름답고 힘 있는 것은 총이 아니란다./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우리들이/살고 있는 이 세상과 별과/나무와 바람과 새 그리고/우리들 사이에서 늘 피어나는/한 송이 꽃과 같은 것이란다./아파트 화단에 피어난 과꽃/한 송이를 꺾어들며 나는 조용히 얘기했다./그러고는 그 꽃을 향하여/낮고 큰 목소리로/받들어 꽃/하고 경례를 했다./받들어 꽃 받들어 꽃 받들어 꽃/시키지도 않은 아이들의 경례소리가/과꽃이 지는 아파트 단지를 쩌렁쩌렁 흔들었다.’
이 시에서 폭력으로 비유되는 ‘전쟁놀이’를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하고 있다. 요즘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학교 폭력도 그것을 행하는 가해자 중 대부분이 죄책감을 갖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 행해지고 있으므로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한 가해자들에게 이 시에 등장하는 화자처럼 ‘한 송이 꽃’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찰뿐 아니라 학교, 학부모 등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쟁놀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민주당 김유정 의원에게 제출한 학교 폭력 현황자료에 따르면 광주 지역 학교 폭력 가해자는 2006년 201명에서 지난해 956명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날로 급증하는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선 학교와 가정에서 학생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교육이 필요하며,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일선 학교에 심리상담사 등을 파견해 가해 학생들의 정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경찰, 가정, 학교,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하나가 돼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질 때 아이들이 총 대신 꽃을 받들게 되지 않을까 싶다.
/박병두 작가·경기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