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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이혼숙려기간제

한국인의 성정(性情)을 잘 보여주는 표현 가운데 ‘홧김에’라는 말이 있다. ‘홧김에’ 때리고, ‘홧김에’ 들이받는 등 ‘홧김에’ 사고 친다는 말이 뒤를 잇는다.

신문의 사회면을 들추면 정말 어이없는, 혹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건사고들이 꼬리는 무는데 대부분은 ‘홧김에’ 저지른 실수다. 운전자간 사소한 싸움이 ‘홧김에’ 되돌릴 수 없는 최악의 사고를 낳고, 술자리의 사소한 다툼도 ‘홧김에’ 수십년 우정을 갈라놓는다.

이러한 ‘홧김에’ 저지른 일 가운데 가장 후회스러운 것이 아마도 ‘이혼(離婚)’일 것이다. 몰론 누가 들어도 이혼할 수밖에 없는, 혹은 꼭 이혼해야 하는 사연이 있다.

하지만 ‘칼로 물베기’라는 부부싸움이 발전해 부부 모두가 후회하는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홧김에’ 본인들은 물론 자녀들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성급함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이혼숙려기간제’다.

대법원이 지난 2008년 6월 22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혼숙려기간제’에 따라 자녀를 둔 부부는 합의이혼의 전제로 3개월간의 이혼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

자녀가 없는 경우도 1개월간은 시간을 두고 이혼에 대해 이성적 판단의 시간을 가져야 합의이혼으로 갈 수 있다.

오랜 기간 가정법원을 통해 이혼사례를 지켜본 대법원이 고민 끝에 내놓은 제도다. 하지만 시행 초기,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 등이 그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며 대법원의 감각부족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비등했었다.

그런 이혼숙려기간제도가 이제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합의이혼 건수는 1997년 이후 가장 적은 11만4천300건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1998년 11만6천300건으로 10만 건을 넘어선 합의이혼 건수는 2003년 16만6천600건, 2004년 13만8천900건, 2006년 12만4천500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혼숙려기간제가 실시된 첫해인 2008년에는 11만6천500건으로 줄었고, 2009년과 2010년은 각각 12만4천건, 11만6천900건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한쪽에서는 이 같은 수치를 카드대란이나 금융위기와 같이 가정을 흔드는 대형악재가 없었던 탓으로 돌리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혼숙려기간제가 소위 ‘홧김에’ 이혼하는 사례를 현격히 줄이고 있다는 분석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이혼을 막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겠지만 결론을 내리기 전에 최소한의 시간을 갖는 것은 배우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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