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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광화문 글판

필자는 힙합을 모른다.

더욱 솔직히 고백하자면 음악 장르에 왜 힙합이 존재하는지 의문인 멋모르는 사람이다.

따라서 힙합가수는 가창력이 떨어지고, 감성도 없으며, 1960년대 히피와 같이 생활이 자유분방하리라는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2010년 어느 봄날, 광화문을 지나다 교보생명 건물 외벽에 걸린 ‘광화문글판’을 봤다. 거기에는 ‘너와 난 각자의 화분에서 살아가지만, 햇빛을 함께 맞는다는 것’이라는 참으로 따뜻한 글귀가 지나는 이들의 마음을 적시고 있었다. 어찌 저리 멋들어지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표현했을까 하는 감탄을 거듭했다.

궁금증에 겨워 글귀의 주인공을 찾아 나섰고, 힙합뮤지션인 ‘키비’가 썼음을 알아냈다. 그리곤 알량한 힙합에 대한 편향시각을 어느 정도 교정하기에 이르렀다.

‘광화문글판’은 1991년 1월, 교보생명 신용호 창립자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고 한다. 1년에 계절별로 1작품씩 4번 게시되지만 20년이 넘는 역사 속에 걸렸던 작품만 60편을 넘어섰다.

서울의 대표적 문화아이콘으로 당당히 자리 잡은 ‘광화문글판’은 이제 선정위원회까지 구성돼 정금(正金)과 같은 작품으로 국민의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지난해에는 그동안 걸렸던 작품의 선호도를 물었는데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정현종 시인의 싯귀가 1위로 선정됐다.

자칫 황량한 거리풍경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할 대형건물에 가슴을 울리는 걸개그림이 붙으면서 콘크리트 집합체가 문화유산으로 거듭난 것이다.

여기서 280만명이 거주하는 인천광역시에는 ‘광화문글판’과 같은 도시친화적 아이디어가 없을까 의문을 갖게 된다.

또 경기도의 수부도시라고 하는 수원시나 인구 100만 명을 넘보는 성남시, 고양시, 용인시 등에는 왜 이런 문화아이콘이 등장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이들 지역에 대형건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문화적 감수성과 도시미관에 대한 창의성이 부족할 뿐이다.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대형건물들이 높이만 자랑하고, 기껏 외벽을 차지한 광고문은 도시환경의 공해가 되는 현실이 서글프다.

봄을 맞아 광화문글판이 나태주 시인의 싯귀로 갈아입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봄의 향기가, 사람의 향기가 느껴진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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