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를 하루 앞두고 사랑고백의 최고 아이템인 ‘장미’는 올해도 매력발산 준비로 한껏 들떠 있다. 연인들의 기념일이나 축하할 일 등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는 장미가 항상 등장한다. 축하와 기념일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장미는 ‘100송이 장미’, ‘1천 송이 장미’ 등 다양한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처럼 장미는 세계 누구나 사랑하는 꽃으로 종류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2만여 품종이 넘는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품종이 있음에도 매년 새로운 장미 품종이 계속해 탄생하고 있는 것은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열망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그러면 우리나라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장미 품종의 수는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주요 화훼시장인 양제동 공판장에서 2008년 거래된 장미 품종수는 270개이며, 새롭게 거래가 시작된 품종수가 56품종, 소멸된 품종수가 90품종이라고 한다.
이렇게 장미는 품종수가 많고 품종의 탄생과 소멸이 빠르게 이뤄지지 때문에 품종의 중요성이 아주 높다. 그러나 2000년대 이전에는 국내에서 육성된 품종이 없었기 때문에 외국에서 육성된 품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많은 로열티가 외국으로 빠져나갔다. 외국 품종의 장미를 구매할 경우 한 송이 당 14원 정도의 로열티가 외국으로 지불된다고 볼 수 있으며 2005년의 경우 장미 전체 재배면적으로 추정해 볼 때 로열티 금액이 77억원 정도로 로열티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크며 이는 곧 농가와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간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러한 로열티 문제를 1990년대 초반부터 심각하게 인식하고 품종을 육성해 왔으며, 2006년부터 장미사업단을 발족해 기존에 연구되고 있던 장미 육종연구를 산학연 협력체제로 개편해 더욱 체계화시켰다. 그리고 국산 품종 보급 확대를 위해 산학연이 공동으로 심혈을 기울인 결과, 2011년에는 보급률 22%(2005년 보급률 1%)라는 쾌거를 올릴 수 있게 됐다. 국산 장미품종은 2000년에 ‘핑크레이디’ 등 5품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77품종이 육성됐다. 이들 품종은 품종 등록을 거친 후 육묘업체를 통해 묘목으로 농가에 보급되고 있으며 신속한 농가 보급을 위해 시범재배 또는 시범수출도 꾸준히 시도됐다. 그 결과 국내 시장에서 ‘펄레드’(적색), ‘락파이어’(연보라), ‘핑크오로라’(핑크), ‘하트원’(적색+백색) 등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흰가루병과 뿌리혹병에 강한 품종을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집중 육성한 결과 2009년에는 흰가루병에 강한 ‘핑크홀릭’ 등의 품종을 육성했으며 뿌리혹병에 강한 ‘챠밍블랙’ 품종도 육성해 농가의 노동력과 경영비 절감에 일조했다.
이와 함께 일본시장으로 수출되는 장미 품종을 국산화하기 위해 대일 수출용 스프레이 품종을 주 수출지역인 김해 및 전북지역과 긴밀히 협조해 개발했으며 이렇게 개발된 ‘옐로우킹’, ‘프리썬’, ‘체리티’, ‘리틀썬’ 등은 일본시장에서 인기 품종으로 등극하게 됐다. 이들 국내 육성 품종은 개발 초기부터 시범수출을 시작해 수출량이 계속 늘고 있으며 2011년 전체 수출액의 31%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한국산 장미는 러시아 시장에서도 인기가 있어 소량씩 시범 수출되고 있다. 장미의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서도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러시아 시장 장악을 위해 러시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크고 화려한 적색 계통들을 육성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농촌진흥청에서는 장미의 대외 로열티 경감과 종자산업 육성 및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품종육성과 보급에 힘쓰고 있다. 앞으로도 장미사업단을 중심으로 산업체와 연구소, 대학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수출경쟁력 있는 많은 국산품종이 개발돼 국산품종의 보급률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원희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과 농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