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4일 10시 수원시연화장의 승화원(화장시설)에선 제가 단장으로 있는‘수원유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수원유스필)’ 연주회가 있었습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화장장 안에서 연주회를 하는 것도 이야기 거리지만, 어린 청소년들이 장사시설에서 음악회를 갖는 것도 이색적인 일이었습니다.
4년 전 제가 수원시연화장 운영책임자로 있을 때 구상해 종종 열었던 연주회를 지금 일하는 청소년문화센터의 아이들을 참여시킨 행사였습니다. 첫 곡은 잔잔한 선율의 마스카니 곡 ‘인터메조’였는데 평소 귀에 익어 친숙한 ‘가브리엘 오보에’,‘유 레이즈 미 업’,등 6곡을 연주했답니다.
굳이 모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참여한 유족과 조문객 등 200여 명에게 어린 청소년들이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했습니다. 장사시설에서 열린 청소년들의 낯선 연주에 엄숙한 장례 분위기를 헤친다며 반감을 보이거나 항의하는 이들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청중들은 어린 아이들이 선사한 아름다운 선율에 신기해하며, 사랑하는 분을 떠나보낸 슬픔을 말없이 위로하는 분위기였지요. 한곡 한곡 연주가 진행될 때마다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감동하며, 장례식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뜨거운 감사의 박수가 승화원에 울려퍼지고 앵콜곡 요청도 있었답니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이 준프로에 가까운 연주실력을 갖춘 오케스트라거든요. 죽음을 소재로 만든 안성기 주연의 ‘축제’라는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자연의 이치가 그러하듯 죽음도 자연계 순환과 생태계의 일부분일 것입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연화장 화장시설에서의 연주회! 하늘과 땅 사이, 돌아가신 영혼과 살아있는 우리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의 특별한 만남 같은 연주회였습니다.
한 단원 아이는 화장장에서 연주를 한다 해 지난 밤에 두렵고 생소해 잠을 못 이루기도 했지만, 오히려 연주를 시작하고 마치고 나니 열심히 인생을 살다가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달래고 슬픈 유가족들에게 도움이 된 것 같아 가슴 벅찬 추억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연주를 마친 다른 단원들도 상기된 표정으로 더 감동 받는 듯했습니다. 어떤 이는 이 연주회가 ‘하늘로 보낸 편지’가 돼 하늘나라로 가신 고인들도 행복하실 거 같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이는 장례식에 와서 별다른 큰 행복을 느끼고 간다며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고 말했습니다. 어제는 참 많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김형인 수원청소년문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