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서신면 제부도는 수원과 서울 등 수도권 시민들이 부담 없이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섬으로 각광받고 있다. 섬이긴 하지만 간만의 차이가 심해 썰물 때가 되면 물길이 열려 차량을 타고 들어갈 수 있다. 흡사 영화 ‘십계’에서 모세 지팡이에 의해 바닷물이 갈라지는 것처럼 바닥의 길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에 화성시는 우리 역사나 민족정서와는 좀 어울리지 않지만 화성팔경 중의 하나로 ‘제부모세’라고 정해 놓고 있다. 제부도의 아름다움은 이른바 ‘제부모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섬 서쪽 해안의 노을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지금은 많이 오염됐지만 섬 주변의 갯벌에는 조개류와 낙지, 달랑게, 망둥어 등이 지천이었고 배를 타고 조금만 나가서 낚시를 드리우면 우럭 등 싱싱한 생선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물론 옛날이야기다. 우후죽순처럼 바닷가에 생겨난 음식점과 펜션, 모텔 등에서 배출하는 생활하수에 의해 갯벌은 오염됐고 갯것들은 자취를 감춰가기 시작했다. 물론 제부도의 자랑이었던 섬 서쪽 천혜의 모래톱과 아름답고 울창한 해송 숲도 사라졌다.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에 의해 제부도의 자랑스런 상징이 사라졌던 것이다. 더욱이 매스컴과 입소문을 타고 수도권 관광객들이 몰려들자 10여년 전부터 무허가 펜션과 음식점이 난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화성시 당국은 이를 방치하다시피 했다. 그러다가 10여년이 지난 이제야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불법용도변경에 대한 원상복구 명령과 최고 2억4천만원까지의 이행강제금 부과 예고 등 본격적인 단속을 예고한 것이다. 비록 불법이긴 하지만 10여년 동안의 생업이었을뿐 아니라 폐업하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지는 업주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부도에서 56곳의 무허가 펜션과 60여곳의 음식점을 운영하는 주민 150여명은 2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약 7시간 동안 화성시청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난 22일에도 제부도에서 왕복 2㎞ 가량의 행진을 벌인 바 있다.
딱한 노릇이다. 사실 이곳의 불법 음식점이나 펜션 운영자들 대부분은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서민들이다. 물론 법치국가에서 불법은 용납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그동안 화성시는 뭐했나? 이들이 불법이었으면 당초부터 행정력을 동원해 강력하게 막았어야 한다. 생업으로 자리 잡은 이제 와서 ‘전가의 보도’처럼 공권력을 휘두르겠다는 건 잔인하다. 4월중 주민간담회가 열린다고 하니 그때까지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할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