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다. 제 정당의 승패와 각 후보의 당락을 뒤로하고 이제는 차분히 선거를 뒤돌아 볼 때다. 이제껏 수많은 선거가 있었지만 “선거만 끝나면 그만”이라는 안일함 속에 우리 선거문화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당선만 되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미화되는 정치풍토가 발목을 잡아왔다. 승자는 각종 범법사실에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는 현실을 감안해 관용을 받아왔다. 또 패자는 상호간 고소취하 등으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행이 상존해 있다.
우리는 지난 선거기간 동안 우리는 주변에서 불법 및 편법 선거를 수없이 목도했고 경악했다. 허위경력, 공천헌금, 아니면 말고 식의 인신공격, 진화한 색깔론, 금품 및 향응 접대의혹, 지역주의에만 기대는 영혼 없는 선거운동 등도 경험했다. 심지어 후보자가 동생의 아내 즉 제수(弟嫂)를 성추행했다는 막장 폭로까지 멀뚱히 지켜봐야 했다. 이런 정치권의 행위는 국민에 대한 테러이자 범죄 행위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은 후보자들의 자질에 한정되지 않는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슨 수를 써도 상관없다는 기존 정당의 행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낯 뜨거운 네거티브 선거전은 후보가 끌고 정당이 뒤에서 밀어주는 형태로 진행돼 정치권 모두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이같은 정치권의 단세포적 선거운동이 선거전 각 정당이 표방했던 정책선거를 사장시켰고 선거판 전체가 진흙탕으로 변질됐다.
이번 기회에 이러한 후진적이고 범죄에 가까운 선거문화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사법당국과 국민이 나서 선거기간 제기됐던 모든 의혹에 대한 시시비비(是是非非)를 철저히 가려야 한다. 어물쩡 넘어가서는 도를 넘어선 심각한 선거후유증으로 국가의 장래를 담보할 수 없다. 유권자를 우매한 백성으로 여기고 각종 술수와 모략이 난무하는 정치판을 일대 정화시켜야 오는 연말 치러질 대선이 국민의 승리로 귀결될 수 있다.
이스라엘이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저지른 나치관련자를 범죄시효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단죄하는 것과 같은 단호함이 있어야 한다. 정치권 정화를 위한 재선거라면 얼마든지 용인할 준비가 국민들은 돼 있다. 이러한 재선거는 낭비가 아니라 선진문화를 창조하기 위한 비용으로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다는게 사회적 공감대다. 선거의 뒷마무리를 잘해야 다가오는 선거를 제대로 치룰 수 있다. 선거 뒷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