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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유행어를 만든 사람은 누굴까. 정치권에서는 얼마 전 돈봉투사건으로 물러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작품으로 기억한다.

짐작컨대 역사는 박 전 의장의 전성기를 집권당 당대표시절도, 국회의장시절도 아닌 것으로 기록할 전망이다. 역사는 그를 4년이 넘는 여당의 대변인(代辯人)으로 역시 야당의 명대변인으로 위명을 떨친 박상천 민주당 의원과 용호상박의 대결을 펼치던 시기를 꼽기 십상이다. 박 전 의장은 민주화를 주도하던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3김(金)씨를 입신의 경지를 이르는 바둑용어인 9단에 빗대 ‘정치 9단’으로 표현, 완숙한 정치인을 표현하는 관용구로 자리 잡게 했다. 이뿐 아니라 혼란하고 불안했던 정국을 ‘총체적 난국’이라고 일컬어 아예 정국이나 조직진단의 전문용어가 됐다.

박 전 의장은 정치인으로서는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대변인으로서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업적과 정치문화를 만든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 인기있는 대변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성공한 대변인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니다. 성공한 대변인이 되기 위해서는 철끈이 떨어질 정도의 독서량과 유장한 성품, 그리고 흐름과 타이밍을 잡는 판단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필자는 과거 정당의 명(名) 대변인으로 불렸던 몇 명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을 가졌다. 의외인 것은 이들 성공한 대변인들은 평소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듣는 특징을 가져 놀랐다. 무엇보다 대변인과 동고동락하는 기자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얻으려 노력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기자들을 뛰어넘는 정보를 바탕으로 속셈을 세워놓고도 같은 정보와 사건에 대한 시각과 해석의 차이를 치열하게 분석해 여론의 동향을 알고자하는 겸손과 치밀함을 갖고 있었다. 밤새 술을 마시는 망가진 모습 속에서도 양보하지 않고 조직의 진정성은 알리는 그들의 치열한 삶이 마음을 움직이기도 했다.

요즘 각종 지자체와 공기관, 기업들이 대변인의 기능을 하는 자리를 우후죽순처럼 늘리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이들 대변인 대부분이 단체장의 측근으로 대변인 자리를 논공행상이나 충성에 대한 반대급부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 대부분은 조직수호에는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열을 올리지만 정작 조직이나 단체장을 위한 진정한 대변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지못한다. 그저 단체장의 말이 진리고, 조직의 판단이 옳다는 편협된 사고속에 함몰돼 있다. 진정한 대변인은 상대의 동의를 얻는 게 아니라 마음을 얻고, 상대가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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