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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보는 책거리 - ⑦ 민화 책거리

 

가는 곳마다 화사한 봄꽃을 볼 수 있고, 신록의 푸르름이 더해가는 5월이다. 오월은 푸르다. 시인 노천명은 ‘푸른 오월’에서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이라고 노래했다.

근로자의날로 시작하여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로 이어지는 달력을 보면 그야말로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지난 3월 21일 개막하여 오는 6월 10일까지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책거리 특별전도 어느덧 전반을 지나 후반에 접어들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인생의 행복과 길상을 추구하는 민화 책거리 얘기를 풀어볼까 한다.

조선후기에 궁중이나 상류층의 장식화로 유행한 책거리가 민간으로 확산되면서 민화 책거리가 발달하게 된다.

주로 대형 병풍으로 제작되었던 궁중 책거리에 비해 민화 책거리는 민간의 주거 공간에 맞게 키가 작은 병풍 그림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책가 대신 서안 위에 책과 기물을 쌓는 양식의 책거리가 유행하게 되었다. 그림의 소재도 책과 문방구류를 기본으로 하고 길상의 뜻을 지닌 꽃과 과일, 채소 등이 많이 등장한다.

책과 문방구류는 배움과 선비정신, 그리고 문방청완의 취미를 의미한다. 공작꼬리와 산호는 고위 관료, 물고기는 여유와 이익, 수선화는 신선, 매화는 지조와 절개, 연꽃은 순결과 탈속·연생귀자(連生貴子), 국화는 은거처사의 절개, 모란은 부귀, 석류는 다자(多子)·다산, 불수감은 부처와 불교·부(富)를 뜻한다.

또 귤은 큰 행운(大吉), 복숭아는 장수, 포도는 부와 다산, 수박·참외·오이·가지와 같은 넝쿨식물은 다자?자손만대(子孫萬代)를 기원하는 상징으로 그려졌다.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책거리’는 적색과 녹색의 색채 대비가 선명하고 사물의 세부 묘사가 매우 정확하다. 모란과 연꽃의 묘사에서 보이는 표현력은 거의 궁중 책거리 작가의 수준이며, 거울에 비친 파초의 모습과 연밥을 쪼고 있는 새 그림은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이다. 물고기를 그린 어항이 보이고, 그 옆의 가지는 가시까지 그려 작가의 묘사력이 섬세함을 알 수 있다.

공작꼬리와 산호가지, 석류, 불수감 등이 궁중 책거리에서 비롯한 소재인 반면 모란, 연꽃, 매화, 목련, 파초, 가지, 수박, 복숭아 등은 민화 책거리에서 즐겨 그리는 소재이다.

배움과 호학(好學)을 기반으로 부귀와 다산, 자손의 번영 등 보편적 인간의 소망을 그린 전형적이고도 수준 높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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