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을 둘러싼 논란으로 나라가 난리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민자투자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데, 민간투자사업은 도로나 지하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관, 도서관, 문예회관 같은 문화시설 건립에도 도입된 지 오래이다.
최근 문화공간 건립의 주요한 추진 방식으로 등장한 것이 BTL이다. BTL이란 Build- Transfer-Lease로 민간투자사업을 말한다. BTL은 사회기반시설의 건설 및 운영을 위한 민간투자사업으로 민간사업자가 자금을 투자해 사회기반시설을 건설(Build)한 후 준공과 동시에 국가나 지자체로 소유권을 이전(Transfer)하고 국가나 지자체는 사업시행자에게 일정기간(약 20년)의 시설관리 운영권을 인정하되 사업시행자는 그 시설을 국가 또는 지자체 등에게 임대(Lease)하여 협약에서 정한 기간 동안 임대료를 지급받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업이다.
사업계획서 상의 문화시설 건립은 기계적으로 수치를 대입하면 되지만 수 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건립비용을 확보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문화시설의 건립이 부진했던 이유가 바로 막대한 건립비용의 문제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초기 건립비용이 부담이 없는 민간투자사업은 사업주체자로서는 매력적인 문화시설 건립방식이다.
민간투자사업은 IMF 이후 경제상황의 악화와 민간 유휴자금을 안정적인 장기 공공 투자처(사회기반시설)에 끌어들여 내수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의 활성화와 정부재정의 부족으로 공급이 어려운 공공복지시설을 원활하게 공급하려는 배경에서 2005년 도입되었다. 2005년 대구시립미술관이 최초로 시도한 후, 여러 박물관, 도서관, 문예회관 등의 시설이 민간투자 방식으로 건립이 추진되고 있으며 향후 많은 지자체에서 문화시설 건립시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는 타시군에 비해 민간투자 문화시설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교하도서관(기건립)과 의왕문화예술회관, 시흥복합커뮤니티센터 등을 이 방식으로 건립할 예정이다.
민간투자사업은 초기 재정 부담의 경감, 민간의 창의 활용, 일자리 창출, 경제활성화, 국가기간문화시설 확충 등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협상기간이 장기화, 사업 진행 지연, 지자체 채무 증가, 대형 건설사와 중소업체간 경기 양극화, 지방 건설 경기를 침체, 부실공사, 공사비리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더 문제는 서울 지하철 요금인상에서 보듯 실제 문화시설의 운영시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발생할 것이다. 운영의 이원화, 불투명한 수입사업, 사업평가제도의 공정성 확보 등이 그것이다.
민간투자 문화시설사업은 준공 후 운영할 20년간 임대료와 운영비로 구성된 정부지급금을 받아 그동안 투입한 총사업비와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임대료는 민간사업자가 투자한 총사업투자비에 사업수익률이 반영된 투자원리금을 분할, 지급하며 운영비는 준공 이후 임대기간 중 민간사업자가 투입하는 시설물의 유지·보수비용 및 사업관리비용 등으로 산정된다. 그런데 민간투자사업은 약속한 금액을 다 보상해 주는 것이 아니라 주무관청이 운영성과를 평가해 일정 수준에 미흡하면 정부지급금의 일정 비율을 차감하는 페널티 제도를 시행한다.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것이다. 민간투자사업은 생각과는 달리 안정적인 사업이 아니라 리스크를 지닌 사업인 것이다.
서울 지하철 뿐 아니라 현재 운영에 들어간 민간 사업자의 경우도 여러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투자사업은 기대와는 달리 장밋빛 미래를 가져다 주지는 않을 것이다. 민간사업자가 원하는 수익을 얻을 수 없을 경우 파행 운영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사업의 안정성이 약한 문화시설의 경우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소지가 클 것이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민간투자사업에 의한 문화시설의 건립은 최소화하고, 건립시에는 건립 후 운영에 대한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