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폼 좀 나게 ‘낭만에 대하여’ 같은 멋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나는 늘 ‘무식’ 타령이나 하게 된다. 거기에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을 건가. 그저 나 자신의 무식 탓이려니…
그런데 나 말고도 평생을 ‘무식 혹은 무지’와 씨름했던 사람이 있다. 이렇게 말해놓고 나면 마치 그 역시 나같은 한량 쯤으로 여겨질텐데, 그건 정말이지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그는 소크라테스이다.
우리는 소크라테스를 위대한 철인으로 추앙한다. 그런데 정작 그가 왜 위대한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그저 ‘서양철학의 아버지’쯤으로 이해하고 마는데, 그에 대해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이윤기는 쉬우면서도 소상하게 토를 달아 준다. 이윤기의 산문집 <무지개와 프리즘>을 보면 과연 소크라테스가 왜 위대한 철인인가를 알 수 있게 된다.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게 이윤기는 철학가도 아니고 그의 책이 철학서처럼 딱딱한 것도 아니라는 것. 소크라테스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요점만 알고 싶은 분이 있다면 일독(一讀)을 권하는 바다.
사실 이윤기가 아니더라도 철학에 웬만큼 관심을 가진 사람이면 소크라테스에 대해 기본적인 건 알고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소크라테스가 위대한 건 인간의 무지(無知)를 일깨워줬기 때문이다. 방식도 독특하다. 평생 자신 스스로 무지한 사람이라 생각했던 그였다. 따라서 그의 일생은 곧 구도이며, 무지를 벗기 위한 지난한 몸부림이었다.
엊그제 일이다. 이런저런 인연 따질 것도 없이 우선 수원에 함께 살고 있다는 것, 두어번 같이 소주잔을 기울였던 사이라는 것, 무엇보다 나 역시 문단 말석에나마 이름을 내걸고 있다는 점에서 괜시리 가슴 뿌듯하고 덩달아 기분 흐뭇해질 일이었다. 수원에 살고 계신 향토(?)시인 김우영님이 ‘제4회 한하운문학상 대상 수상’을 기념해서 출간한 시집 ‘부석사 가는 길’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던 일이다.
뒷풀이자리에도 참석했던 나는 김 시인의 후배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김 시인 후배 중 한명이 다른 후배를 내게 소개해 주었다. “에, 다른 후배는 몰라도 이 친구는 알아두는 게… 서울대 물리학과 나와서, 대학원은 철학과로 옮기더니, 시인으로 정식등단도 하고, 시집도 내고, 오랫동안 독일에서 유학하고 최근 입국한… 자, 등단파끼리 잘해보라고…”
후배는 선배의 소개멘트가 영 양에 차지 않는다는 듯 불쑥 명함을 꺼내 내밀며, 한마디를 보텐다. “명함에는 사실 ‘시인/번역가/철학자’ 그렇게 밖에 안넣었지만 사실은 하는 일이 더 있어요. 그리고 저는 뭐 향토시인 그런 거 아니고요. 전 메이졉니다, 메이져!! 시집 출간도 민음사고요, 민음사 알아요?”
그런 무식한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었다. 주위에선 나의 급한 성격을 빚대 싸움닭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하지만 아무려면 어쩌랴 그리 생겨먹은 걸… “이봐, 무식한 친구! 메이저와 마이너의 차이를 아나? 메이저는 자신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먼저 메이저인 줄을 알아주지만, 마이너는 제 스스로 메이저라고 우기지만 세상이 믿지를 않는 거야.”
어떤 사람에게 직접 대놓고 무식하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진짜 무식한 사람한테는 그런 말을 절대 못한다. 겉은 뻔지르르 한데 하는 짓이 영 형편없을 때, 그때 그를 가리켜 무식하다고 말하게 된다. 그러니 무식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대게 무식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학벌이나 사회적 지위가 그럴듯한데도 기대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사람을 일컬어 무식하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사회에서 가장 무식한(?) 사람들은 지식인들이다. 또한 지식인에게 감히 무식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역시 무식한 사람일 수 있다. 선배의 문학상 수상을 축하해주기 위해 온 소위 잘나가는 후배가 뒷자리에서 “저는 선배처럼 ‘향토’가 아니고 ‘메이져’예요”라고 말하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무식의 극치다.
최준영/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