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종북 주사파’ 논란에 휩싸인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처리에 공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당초 이를 처음 제기한 새누리당의 제명 움직임에 대해 민주당은 ‘초법적 발상’이라고 비판,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실현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민주당이 여론 악화와 대선용 셈법상 자진사퇴 촉구로 입장을 급선회하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향후 민주당 입장이 자진사퇴 촉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제명’ 공조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150석)과 민주당(127석)을 합친 의석수는 총 277석. 제명에 필요한 재적의원 3분의 2에 해당하는 200석를 훨씬 웃돌고 있어 이들 의원이 계속 버티기를 해도 양당이 의기투합하면 언제라도 가능한 상태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날 열린 경제단체 주최 19대 국회의원 당선 축하 리셉션장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두 사람 처리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비대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경선에서 부정이 있었다고 발표했으므로 두 의원은 윤리위 자격심사 항목(적법한 당선인)에 해당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윤리위 심사를 거치려면 상당한 기일이 필요하므로 정치적으로 자진사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자격심사 항목을 거론한 것은 끝내 자진사퇴를 거부할 경우 불가피하게 제명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이 원내대표와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 등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박 비대위원장의 결단을 치켜세우면서 “자격심사 청구를 새누리당과 공동으로 제출하자”며 전폭적으로 호응하고 나섰다.
국회법 138조에 따른 자격심사는 의원 30명 이상 연대서명으로 자격심사 국회의장에 자격 심사청구, 윤리위 회부, 윤리위 심사보고서 국회의장에 제출, 본회의 회부,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제명 가결 등의 절차를 밟기 때문에 최소한 수개월이 걸린다.
관건은 여야 원구성 협상여부에 달려 있다. 여야 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되지 않을 경우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고, 협상과정에서 여야 관계가 틀어지면 제명 공조기류는 언제든 깨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편 현역 국회의원이 자격심사 조항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 사례는 지난 1957년 도진희 전 자유당 민의원이 유일하다. 1956년 김창룡 중장 암살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도 전 의원은 혐의를 끝까지 부인했지만 체포동의안 처리가 가결된 뒤 1957년 9월 자격심사를 거쳐 의원자격이 박탈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