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인터넷에 떠도는 택배기사와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 몇가지이다. 1. 쇼핑몰에 닉네임을 ‘공주’로 설정했는데 택배 올 때마다 아저씨가 밖에서 ‘공주님, 공주님’하고 부른다---ㅋㅋ. 2. 인터넷으로 전화와서 엄마인줄 알고 ‘모시, 모시’하니까 저쪽에서도 ‘삼베, 삼베’---대단한 유머감각. 3. 집에서 할머니랑 사투리로 말하는데 문자와서 ‘누꼬?’했더니 ‘내다, 택배’---완전대박. 4. 기다리던 택배가 하도 안와서 욕으로 “택배××, 왜 이렇게 안와”라고 소리쳤더니 곧바로 밖에서 똑똑거려 “누구세요” 했는데 “택배××, 왔습니다”---대단한 센스쟁이 아저씨.
이 밖에도 택배기사와 관련된 유머와 에피소드가 넘치는데, 이는 그만큼 택배가 우리생활의 일부분이 됐다는 증거일 것이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가장 놀라고, 본국에 돌아가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 택배, 음식배달, 퀵 서비스 등이 포함된 ‘택배문화’라고 한다. 바늘부터 원자탄까지 가리지 않고, 노숙자부터 청와대까지 어디든 배달이 된다는 대한민국의 택배시스템은 “빨리, 빨리”의 한국인 정서가 만든 시대의 총아다. 대학입시일에는 택배기사들의 오토바이가 수험생을 대학까지 배달하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것도 우리만의 풍속도이리라.
사실 택배업은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1960년대부터 시작돼 FedEx, UPS, DHL 등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나올 정도로 승승장구했으나 우리니라의 택배문화와는 거리가 있다. 인기개그맨이 “결혼식 하객으로 택배아저씨까지 초청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 택배아저씨는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거리에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오토바이의 속도감과 함께 밤낮을 가리지 않는 24시간 시스템이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택배아저씨들의 삶이 불안정하고 힘들다. 대부분이 저임금에 시달리며 배달건수로 책정되는 임금을 올리기 위해 과속과 교통위반, 과적 등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고가 나면 자비를 들여 치료하느라 제대로 된 치료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또다시 고달픈 택배에 나서야 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5월 1일부터 택배와 퀵서비스 기사에 대한 산재보험이 적용된 후 첫 산재 신청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택배아저씨 약 10만명 가량이 치료비와 함께 휴업급여 등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택배를 한국적 문화로 승화시키고 있는 이들에 대한 안전과 복지는 편리성을 즐기는 우리들의 몫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