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삼성전자 LCD 패널 공장에서 일하다 재생불량성 빈혈로 쓰러져 투병해오다가 지난 2일 밤 숨진 윤슬기(31·여) 씨에게 애도를 표하며 그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윤 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후 악성 뇌종양이 발병해 지난달 7일 사망한 이윤정(32) 씨에 이어 올해 네번째 사망자다. 고인은 여고 3학년 때인 18세 나이부터 삼성 LCD 천안 공장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입사 후 스크럽 공정에서 검은색 유리재질의 LCD 패널을 자르는 업무를 담당했는데 입사 5개월 만에 일하던 도중 쓰러졌다. 그녀는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13년 동안 투병해 오다 최근 사망한 것이다.
이곳에서 지난달 5월 7일 고 이윤정 씨를 포함해 올해에만 벌써 네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삼성전자 생산라인 근로자 가운데 백혈병 등으로 사망한 56번째 희생자라고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 관계자는 밝힌다. 의학 관계자들은 재생불량성 빈혈은 골수 손상으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감소하는 혈액암으로 방사선이나 벤젠 등에 노출됐을 때 발병하며 80%이상이 후천성이라고 밝힌다. 반올림 관계자는 입사 당시 윤 씨는 혈액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었고, 가족 중에서도 관련 질환자가 없었단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에서 일하다 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는 대부분 20~40대 초반의 젊은 나이라고 한다. 한창 일하고 인생을 즐길 나이인데... 지난 4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병에 걸린 김모(37) 씨에 대해 처음으로 근로복지공지공단이 산업재해를 인정 한 바 있다. 하지만 삼성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다 백혈병과 재생불량성 중증 빈혈 등의 질병을 얻은 대부분 근로자들에 대한 산재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와 삼성은 이들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 듯하다.
삼성은 거대한 조직이다. 일개 근로자의 입장에서 싸워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일을 하다가 죽어나가고 있는 현실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지 모른다. 정부와 삼성은 우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합당한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삼성의 광고 문구는 호응을 얻고 있는 우수한 카피다. 이들이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이 되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