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談合)은 기업이나 사업자가 서로 짜고 계약과 협정 등을 통해 가격, 조건, 판매지역 등을 제한하는 불법행위다. ‘짬짜미’라고도 불리는 담합은 정부 등 발주처의 예산을 갉아먹고, 기업의 공정한 시장진입을 막는 현대경제의 대표적 범죄다. 우울한 것은 우리사회는 갈수록 담합이 기승을 부려 경제의 선순환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담합을 부추기는 주범이 바로 정부라고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3개 업체가 관련시장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의 비중이 2002년 47.6%에서 2009년 55.4%로 늘었다. 이같은 수치는 기업들이 담합할 환경이 그만큼 폭넓게 조성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독과점구조는 곧바로 담합으로 이어져 2003~2008년까지 상위업체간 담합으로 독과점산업의 소비재가격 상승률은 24.8%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16.8%를 크게 상회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보고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간 담합을 적발하고도 느슨한 처벌을 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담합 적발시 유럽연합은 총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물리고, 미국은 기업뿐 아니라 담합에 연루된 개인까지 처벌함으로써 ‘담합은 패가망신’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관련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실제 부과액수는 터무니없이 적은게 현실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4대강사업의 경우 공정위는 관련기업들이 담합을 통해 1조원이 넘는 피해를 안긴 사실을 적발하고도 1천여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데 그쳤다. 입찰액의 2% 수준으로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달리 미국은 지난 2005년 담합을 이유로 삼성전자는 3억 달러, 하이닉스는 1억8천5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벌금을 추징한 기억이 새롭다. 담합은 실력으로 승부하지 않고 기득권과 정부의 보호라는 구시대적 유물에 안주하려는 우리사회의 단면을 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기회에 우리도 선진국들이 실시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응징과 억제를 위해 민사재판의 배심원에 의해 부과되는 사적 벌금”이라고 정의했다.이에 따라 미국사회는 기업간 담합의 경우 피해액을 넘어서는 엄청난 징벌을 의식, 담합하면 망한다는 기업윤리가 공유되고 있다. 담합을 뿌리뽑아야 시장경제의 공정성이 확보된다. 시장경제의 공정성은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