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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경제위기에 따른 이혼소송과 사회적 비용

경제적 사유로 이혼을 하려했으나, 그럴 경우 자녀 양육과 생활 조건 등 서로 너무 어려워 진다는 것이다.

이혼과 재결합을 오가며 고민한 끝에 소송을 취하하고 결국 재결합하게 되었다.


최근 유럽연합(EU) 소속의 그리스와 스페인을 중심으로 한 경제위기의 파급은 유럽연합국가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를 고통 속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1980년대 영국과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경제활동은 그간 ‘세계화’라는 구호 속에 진행돼 왔으며, 30여년의 실행 결과들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구촌 한가족’이라는 구호만큼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세계화의 폐해’는 공공부문의 민영화에 따른 축소와 공공재의 빈곤으로 이어지며 불평등이 심화돼 ‘빈곤의 양극화’라는 결과로 드러나 기업은 물론 국가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불평등이 심화되고 양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면 사실상 경제적인 타격은 일반 서민들이 가장 많이 받게 돼 있다. 특히 경제 침체로 이어질 때 이혼율이 늘어난다. 97년 구제금융 당시 우리나라 이혼율은 역대 최고치였으며, 인천의 경우는 전국 최고의 이혼율을 보이며 가족해체의 어려움을 맞이했다. 인천에는 산업공단이 있었고 실업의 상황이 맞물리며 이혼율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돼지곤 했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이전되었을 때도 이혼율이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의 사유는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70~80년대만 하더라도 가족 내 폭력이나 외도, 도박 등 부적절한 관계에 기인했으나 1990~2000년대로 들어오며 성격차이와 경제적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부부간 성격의 다름이 참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결별해야 할 사안으로 정리되고, 경제적 무능력이 결혼을 유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 시작했으며, 이혼의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2007년 금융위기 까지도 경제적 무능은 이혼의 중요 사안이 됐다. 그러나 최근 이혼의 경향을 보자면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이혼을 뒤로 미루거나 이혼을 했어도 집을 분할하기보단 당분간 함께 살아가는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혼을 하자면 기여도에 따라 재산분할을 해야 하며, 아이들도 각각의 양육능력에 따라 조건에 맞춰 기를 수 있어야 하며, 양육비도 지급해야 한다. 이혼의 귀책사유에 따라 위자료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고 보면 능력 있는 일부의 경우가 아니면 지금과 같은 경제적으로 엄혹한 시기에 이혼을 한다는 것은 자칫 그대로 빈곤선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봄, 법원에서 경제적 사유로 이혼소송 중이던 부부를 상담과 조정을 겸해 5회기 정도 진행했다. 매주 한두 시간씩 한 달이 넘게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혼소송의 속내를 자세히 알게 됐다. 이 부부의 고민은 경제적으로 무능력해 이혼하려 했으나 이혼을 할 경우 자녀의 양육과 생활조건 등 부부 모두가 너무 어려워진다는 것이었다. 부부 사이의 일정한 의사소통 방법만 학습되면 잘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여졌다. 소송으로 인해 나눌 수 있는 것은 작은 빌라하나와 약간의 부채인데, 그마저도 나눠봐야 변변한 전세금도 안 될 판이었다. 이혼과 재결합을 오가며 고민하던 부부는 성격차이를 앞세운 이혼소송을 서로 취하하고 경제적 무능을 잘 해결해보자는 결론으로 재결합했던 커플이었다. 조정말미에 아내는 “지금은 참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있다면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언론의 보도를 접할 때면 이 부부가 생각난다. 외국에서도 경제적 사유로 이혼을 유보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부부 사이를 더욱 갈라놓게 할 지, 아니면 좀 더 유보시키는 과정으로 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최근의 경제적 위기는 가족의 근간과 가족의 페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생물학적인 가족형태에서 사회적인 가족형태로 이행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급변하는 외부환경은 ‘지속가능한 삶의 형태’를 갖기 위한 각자의 노력을 요구한다. 이혼의 선택도, 이혼의 유보도 내 삶의 건강성이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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