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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공식 기자회견

제6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는 4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6시)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 섬의 카지노 팔레스 3층에서 메인 경쟁부문 `베네치아60(Venezia60)'에 초청된 장편영화 20편 가운데 17번째로 `바람난 가족(영어제목 A Good Lawyer's Wife)'의 공식 기자회견을 마련했다.
단상에는 임상수 감독과 신철 프로듀서, 그리고 주연배우인 문소리와 황정민이 자리했다. 임감독은 특유의 `악동'다운 표정을 지어가며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을 재치있게 받아넘겼으며 문소리는 스크린의 모습과는 달리 다소곳한 태도로 답변했다. 국제영화제 참석이 처음인 황정민은 다소 상기된 얼굴이면서도 당당한 자세는 잃지 않았다.
200명에 가까운 각국 기자들은 한국적인 상황에서 이 영화가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관심을 표시했으며 노출 연기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보였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가족의 이야기를 역사와 사회와 교직시켜 풀어간 까닭은 무엇인가.
▲임상수 = 가족의 이야기를 하자면 역사와 사회에 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주요 등장인물은 작은 가족이지만 한국 사회와 한국 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겉으로 드러난 소재는 `바람(불륜)'이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일텐데 바람은 아주 자극적인 소재다. 나는 상업영화 감독이고 시장에서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안에 있다. 한국 사회는 중요한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남자의 주도로 양적 성장에 몰두해오다가 이제는 질적 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여성적 시각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흔한 소재라고는 하지만 표현을 보면 대단히 용감해 보인다. 이처럼 과감한 표현을 어떻게 생각해낼 수 있었나. 관객의 반응도 궁금하다.
▲임 = 이 영화는 세번째 작품이다. 데뷔작 `처녀들의 저녁식사'는 젊은 미혼여성의 성생활을 담았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아직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를 꺼리지만 이제는 이야기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했다. 격렬한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불쾌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시아 사람들도 서양과 사는 게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바람난 가족'은 예상을 깨고 박스 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섹스 장면이 많아 촬영할 때 부끄럽거나 불편한 느낌도 있었을텐데…
▲문소리 = 서양에서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여배우의 노출이 전통적 가치관을 고수하고 있는 세대들의 반감을 산다. 이러저러한 소리를 듣는 것은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그런데 촬영을 할 때는 불편하지 않고 자유롭게 했다고 생각한다. 연기하면서 예술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많이 떠올렸다. 예술가는 자유롭고 진보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훨훨 날아다니는 기분으로 작업했다.
문소리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임상수 감독이 끼어들어 "지금에서야 이렇게 점잖게 말하지만 촬영 때는 나에게 `변태스럽고 미친 놈'이라고 속으로 욕도 많이 했을 것"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한국사회에서 남자의 역할과 주인공의 생각이 궁금하다.
▲황정민 = 한국에서는 남자들이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 많다. 부모도 모셔야 하고 가족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일도 소홀히할 수 없다. 또 아내에게 얻지 못하는 만족감도 얻으려고 한다. 나는 미혼이어서 잘 모르지만 한국사회에서 인생을 제대로 잘 살려면 얼마나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지 깨닫게 됐다. 맨 마지막에 남편이 아내에게 `아웃'을 당하는데, 영화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그 뒤에는 `아웃'당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모두 서로 노력하면서 어느때에는 쉬쉬하기도 하고 조금씩 거짓말을 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지금까지 여성세계를 많이 그려왔는데 동성애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 볼 생각은 없는가.
▲나는 남자고 여자에게 관심이 많다. 남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상업적 생존을 위해 섹스가 많이 등장하는 영화를 찍어왔는데 제작자들은 내 영화에 나오는 섹스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섹스 영화는 이제 그만 찍을 생각이다. 한국에도 서양과 마찬가지로 게이와 레즈비언이 존재한다. 밖으로 드러내느냐, 감추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내가 아는 감독 중에도 있는데 동성애 영화는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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