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산 위스키의 가격거품이 너무 심하다. 현재 시판되는 EU산 위스키의 소비자가격이 수입가격 보다 5배나 높다고 한다. 녹색소비자연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조사한 결과, 스카치위스키의 경우 수입업체는 100㎖당 평균 2천664원에 들여와 유통업체에 8천376원에 넘긴다. 유통업체는 소비자에게 1만3천501원에 판매한다. 이는 외국보다 평균 36% 비싼 가격이다. 게다가 작년 7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관세가 내렸는데도 위스키 가격은 되레 0.23% 상승했다. 소비자들이 FTA 혜택은 누리지 못하고 여전히 ‘봉’으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다.
FTA 목적은 수출을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고 물가 안정을 통해 소비자 후생를 증대하기 위한 것이다. 그 혜택은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야 한다. 사회의 양극화를 막기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미 FTA가 발효된 지 2개월 만에 대미 수출은 11.3% 증가했다. 대 유럽 수출도 지난해 7월부터 6개월 간 7.4% 감소했지만 관세 인하 품목의 수출은 16.1% 늘어났다.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으로 전체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FTA의 수출 증대 효과를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FTA 혜택은 일부 수출 기업에 한정된다. 민생 경제에 골고루 도움을 주려면 관세 인하나 철폐로 소비자 가격이 떨어져 물가가 안정돼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일반 소비자가 FTA 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가 소외되고 있는 것은 FTA 과실을 수입업자나 유통업자가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 폐지나 인하액만큼 소비자가격이 인하되지 않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그 배경에는 독과점적인 유통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수입업체 대부분이 외국 제조사의 국내 지사로 제품유통에 독점력을 갖고 있고 유통단계에서 가격을 높게 책정해 이윤을 얻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와인 수입·유통업자들이 시장 독과점 구조를 악용해 자신들의 배만 채우고 있다는 얘기다.
과거 칠레와의 FTA 때도 와인에 대한 관세가 없어졌는데도 일부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유통구조의 고질적인 병폐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것이다. 와인뿐 아니라 FTA 발효로 가격 인하가 기대됐던 가전과 주방기기 등도 마찬가지다. 유통구조를 개선하지 않고는 FTA 효과가 확산될 수 없다. 폭리를 취하는 수입·유통업자들에 대해서는 담합이나 불공정거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엄중 처벌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