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맑 이찬갑(李贊甲)이 광주리에 샛밥을 이고 가는 아낙네를 보고, “머리 위에 우주를 이고 가네.”라고 했듯이 먹는 것, 즉 양도(糧道)는 우주에 견줄만한 것이다.
멕시코 칸쿤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린 지난 10일 농민운동가 이경해(李京海)씨가 자살했다. 우리나라의 농업시장 개방 압력에 대한 반대를 위해서였다.
이씨는 농업강국이, 농업 약소국가를 못잡아 먹어 안달복달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서 하나뿐인 목숨을 아낌없이 내던진 것이다. 그의 목숨은 위기에 처한 ‘세계 농업’의 제단에 바쳐졌다. 이찬갑의 말대로라면 그는 우주로 비유되는 샛밥 즉 ‘우주’를 지키기 위해, 우주와도 바꿀 수 없다는 목숨을 초로와 같이 버린 것이다.
사건이 터지자 세계 언론들은 일제히 이씨의 죽음을 ‘순교자’로 표현하며 그의 죽음이 헛되지 말아야한다고 보도했다. 그는 1990년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 협상이 진행되던 스위스 제네바에서도 할복한 적이 있을만큼 농업 사수에 관한한 양보가 없었다.
그는 3백만 한국 농민을 대신해 자결했지만 그 영향은 전세계 농업과 농민에게 미치고도 남을 것이다. 유엔은 그를 ‘올해의 농민’으로 정했고, 그의 장례식은 오늘(15일) ‘세계농민장’으로 치러진다. 세계농민장은 물론 이번이 처음이다.
“죽음과 더불어 없어지지 않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곧 영원히 사는 사람이다.” 볼트먼이 남긴 말이다. 이경해씨는 자신이 죽어도 없어지지 않는 것이 있다고 믿었기에 펄덕이는 심장에 비수를 꼽을 수 있었을 것이다. 볼트먼의 말마따나 그는 땅을 벗삼아 땅과 함께 살아가고자하는 농민의 수호신으로 길이 살아남아야할 것이다.
그는 우리 정부가 못하는 일을 혼자서 해냈다. 따라서 정부는 고인의 고귀한 뜻을 정중히 기려햐할 것이다. 명복을 빈다.
이창식/주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