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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성기철"여름 이기는 채소 ‘쓴오이’"

 

올 여름은 유난히 늦었던 비 소식에 제주도뿐 아니라 전국이 가뭄과 더위로 몸살을 앓았다. 기상예보에 의하면 올 여름도 더위와의 전쟁이 예상된다고 한다. 특히 습도까지 높은 제주에서 여름을 나기란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여간 쉽지가 않는 것 같다. 이처럼 기온이 높고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 우리 몸의 체온이 올라가게 되고 우리 몸은 그 체온을 낮추려고 많은 땀을 배출시키게 되는데 그만큼 신진대사가 격해지게 된다. 따라서 혈액을 보내는 펌프 역할을 하는 심장의 활동이 왕성해지는 계절로 심장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심장을 건강하게 잘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쓴 맛이 있는 음식이 효과적이라 한다. ‘쓴맛’에는 우리 몸의 열을 식히고 체내에서 남는 것을 배설하는 작용이 있다고 한다. 쓴맛을 주는 채소로서는 여름채소인 ‘쓴오이’가 있다. 맛이 쓰다고 해 쓴오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말로 여주, 여지, 여자로도 알려져 있다. 아마 어렸을 때 빨갛게 익어 벌어진 열매의 씨를 포도처럼 까먹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니가우리, 쓰루레이시, 고야 등 지역에 따라 이름도 다양하게 불리고 있으며 일반 오이보다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쓴오이’는 박과에 속하는 1년생 식물로 원산지는 인도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도를 비롯해 중국, 말레이시아, 열대 아프리카 등 온대 및 열대 지역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다. 이웃 일본을 비롯해 중국에서도 많은 요리로 이용되고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쓴오이 요리가 등장하고 있지 않다. 아마 매운 문화에 길들여져 있는 탓일지도 모른다.

쓴오이는 특히 요즘처럼 온도가 높아지는 여름철 재배가 적격이다. 노지재배는 물론 돌담이나 덕 재배도 가능하다. 원줄기가 어느 정도 자라면 적심(순을 잘라줌)을 해줘서 곁가지를 많이 발생시켜 우산형태처럼 재배하기도 한다. 비교적 잘 자라고 재배가 쉬우며 착과량이 많아 한 두 포기만 심어도 가정에서 눈과 입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베란다에 심을 경우 특유한 향과 그늘을 함께 제공해준다.

품종으로는 과실의 크기나 색에 따라 구분 하는데 과일이 흰 품종은 쓴맛이 덜하다. 이용하는 방법은 과실이 익기 전에 잘라서 씨앗이 있는 솜털 같은 속 부분을 긁어내고 과육부분을 썰어서 데치거나 볶음, 튀김요리 등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이하게 쓴맛이 있으므로 얼음물 등에 담궈 쓴맛을 우려내기도 한다. 한 여름철의 쓴오이 주스 한잔은 상큼하고 쌉쌀한 맛이 일품이다.

쓴오이의 쓴 성분(momordicin)은 간 기능을 높여주고 건위작용을 하며, 식욕을 촉진시킬 뿐 아니라 혈당치를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미용과 건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비타민C는 채소 중에서도 톱 클라스, 게다가 쓴오이는 과육이 단단하고 강한 세포벽으로 되어있어 가열하면 파괴되기 쉬운 비타민C가 파괴되지 않는 그야말로 영양의 보고, 식이섬유까지 풍부하여 여러 가지 요리로 우리식탁에 올려 봄직하다.

일본 오키나와가 세계적인 장수촌의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이곳 주민들이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고야찬불’을 즐겨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야(쓴오이)’는 오키나와의 대표적인 여름 건강 채소이다. ‘고야찬불’은 돼지고기와 두부에다 고야(쓴오이)를 잘게 썰어 넣고 기름에 볶은 요리로 오키나와 전통요리로 잘 알려져 있다. 필자도 먹어 보았지만 썩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다. 요즘에는 오키나와에서도 햄버거 등에 길들여진 젊은 세대들로 이 전통요리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쓴오이는 최근 국내에서도 여름채소로서 재배가 증가되고 있으며 쓴오이 차 등 다양한 가공품들도 선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우리 식탁에 맞는 요리방법 등을 개발한다면 온난화되어가는 미래의 새로운 웰빙채소로서도 인기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철에 나는 채소가 약이 된다고 했다. 이 무더운 여름에 달콤한 과일주스 보다는 우리의 건강을 생각한 ‘쓴오이’ 주스 한잔을 마셔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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